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막이 올랐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한국은 5회 연속 종합 2 위를 지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45억의 꿈, 하나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열린 개막식은 임권택 감독이 지휘하고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장면을 화보로 구성했다. 아시아의 꿈을 담은 배에 함께 올라탄 아시아인들이 하나가 돼 서로 손잡고 노래하고 있다.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9일 개막식 가보니 ‘하나된 아시아’로 각양 각색 문화공연
아시아와 인천의 절묘한 오버랩이었다. 영화감독 임권택과 장진이 총감독과 총연출을 맡은 19일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의 백미는 ‘인천, 하나가 된 아시아를 만나는 곳’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문화공연이었다.
어둠이 깔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고은 시인의 시 낭독 영상이 나오고 금난새의 지휘에 맞춘 오케스트라의 합주 속에 소프라노 조수미가 열창하자 관중석 의자의 녹색 조명이 파도타기를 하듯 켜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한류스타 장동건이 나와 “아주 오래 전엔 아시아가 친구였을지도 모른다”는 내레이션을 했다. 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남녀 댄서들이 한 데 어우러져 웃으며 춤을 췄고, 커다란 물고기를 비롯한 상상 속의 커다란 동물들도 나와 인간들과 함께 했던 세상을 묘사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잠시뿐이었다. 갑자기 바닥이 조각조각 갈라지더니 함께 춤추던 댄서들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흩어졌다. 여러 국가로 갈라져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재의 아시아를 상징하는 듯했다. 아시아와 인천이 만나는 접점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을 담은 영상과 함께 한류스타 김수현이 “인천이 바다를 통해 아시아를 만나러 간다”는 내레이션을 했다. 인천 앞바다에서 출발해 중국의 상징 만리장성을 거쳐 아시아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왔다. 정성화, 마이클 리, 차지연, 옥주현 등 뮤지컬 배우들은 밝은 표정으로 하나 된 아시아의 기쁨을 열창했다.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인천의 바다가 아시아의 갈등을 치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는 공연은 한발 더 나아갔다. 인천 바다를 보고 더 넓은 세상을 꿈꿨던 비류 왕자와 심청의 만남을 보여주며 새로움에 도전해온 인천의 저력을 표현했다. 척박한 땅을 개척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는 주제 아래 한국 최초의 우체국이 생긴 인천을 상징하는 우체부들의 절도있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 때 비류왕자와 심청에게 소포와 편지가 전해진다. 그 안에는 근대 통신의 상징 전화기가 들어있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순간이었고, 한국에선 인천이 그 중심에 서있었음을 뜻했다. 한국 최초의 통신망은 1895년 서울과 인천을 잇는 망이었다. 수화기를 들고 놀라워하는 두 사람을 둘러싸고 댄서들의 조화로운 춤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공연에선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나란히 누워 철도를 형상화했고, 비보이들은 브레이크댄스를 추며 열차의 형태를 만들었다. 통신에 이어 이번에는 교통의 개척을 의미하는 공연이었다. 경인선은 한국 최초의 철도다. 그리고 갑자기 배경음악이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출연자들은 모여 비행기를 형상화했고, 인천공항에 착륙한다는 기내 승무원의 음성도 들렸다. 공연장 바닥엔 인천공항의 활주로 영상이 깔렸다. 최첨단 시설의 인천공항이 있는 인천이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잡았음을 상징하는 듯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배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를 배경으로 배가 만들어지고 김수현, 장동건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배에 올라탔다. 하나 된 아시아에서 모두 함께 평화롭게 항해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연 속에 모든 출연자들이 함께 춤추며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45개국 1만3000여명의 선수단의 화합을 기원했다.
임권택 개회식 총감독은 “인천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탄생한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품어온 인천의 포용력으로 따뜻한 정이 넘치는 개회식을 만들었다. 45억 아시아인들을 향해 아시아와 더불어 한 가족이 되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인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총연출 장진 감독도 “아시아인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내던 오래 전의 모습이 우리가 그토록 꿈꾸어 온 미래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45억 아시아인들이 내는 하나의 소리가 노래가 되고, 춤이 되고, 꿈이 되는,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재현해봤다”고 말했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막이 올랐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한국은 5회 연속 종합 2 위를 지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45억의 꿈, 하나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열린 개막식은 임권택 감독이 지휘하고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장면을 화보로 구성했다. 기억도 기록도 남지 않은 오래전 아시아인의 꿈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인간 사이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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