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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알아야 ‘금빛 희망’…깨끗한 바람과 조류를 타라

등록 2014-08-31 19:31수정 2014-09-16 10:23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요트 국가대표팀이 지난 27일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요트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요트 국가대표팀이 지난 27일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요트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아시안게임 D-18
②요트
“바다를 잘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요트 국가대표팀의 김우현(46) 감독은 선수들한테 ‘바다 공부’를 강조한다. “바다의 상황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게 승부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인천 왕산요트경기장에서 만난 요트 대표팀은 바다와 친해지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지만 변수가 많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람과 조류를 이용해 지그재그로 전진해야 하는 요트 경기는 뒤따라가는 것보다 선두로 나서는 게 유리하다. 초반에 좋은 길을 확보하고 좋은 자리를 잡는 기술이 중요하다.

키 있는 요트·윈드서핑 ‘두 종류’
초반 선두에 자리잡는 게 관건
30~50분 경기 최대 10번 치러
체력·기술 넘어 심리 안정 중요
“한번 나가면 4~5시간씩 훈련
점심도 배 위에서…금 4개 목표”

바다는 이론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대자연이다. 바다를 겪은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14살 이하 옵티미스트 종목에 출전하는 박성빈(14·남·대천서중2)은 요트에 입문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땐 바다가 무서웠다. “배에서 떨어져 파도에 떠내려간 적이 있었죠. 그 뒤로 바다가 무서웠지만 연습으로 극복했어요. 지금은 바다와 한몸이 된 것처럼 편안합니다.” 아직 경력이 짧아 스스로 바람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는 “전세계 대부분 지역의 바람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이 있어서 70% 정도는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단짝인 호비16 종목의 김근수(34)와 송민재(34)는 “바다를 딱 보면 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속도가 40노트(시속 74㎞)까지 나와 요트 종목 중 가장 빠른 2인승 호비16에서 스키퍼(선장)를 맡고 있는 김근수는 “스마트폰 앱에선 기본적인 내용만 참고하고 지형지물을 통해 판단한다. 육지의 형태와 위치, 구름 모양 등 다양한 요소를 경험에 비추어 종합해 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송민재는 크루(선원)다. 최종 결정을 하는 스키퍼에게 조언을 하고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항해를 하다 보면 길을 계속 바꾸고 작전을 수시로 변경해야 하는데, 2인승이라 서로 의논할 수 있어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변수가 많은 바다에선 경기 중에 끊임없이 판단을 해야 한다. 19살 이하 2인승 420 종목의 이나경(18)과 최서은(18)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바다가 매력적”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남녀 고교생을 통틀어 이 종목 국내 1위 콤비다. 이나경은 “여자와 남자 구분보다 파트너십이 더 중요하다. 여자들이 세밀한 부분에서 느낌을 잘 살리고 벽 없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2인승 경기에서 서로 갈등이 생기면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1인승 아르에스:엑스(RS:X) 종목에 출전하는 이태훈(28)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혼자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요트 작전의 골격이 “내 배는 깨끗한 바람과 조류를 탈 수 있는 길로 가고, 다른 배들은 지저분한 바람과 조류를 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선두에서 항해를 하면 방해를 받지 않고 깨끗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뒤쫓아오는 배를 가로막아 깨끗한 바람을 맞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근수는 “선두에선 지능적으로 배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고, 뒤에서 쫓아갈 땐 앞 배의 방해를 최대한 피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은 “앞에선 세일(돛)로 바람을 막고, 뒤에선 공격적 플레이로 돌파구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요트 종목은 러더(키)로 방향을 전환하는 일반 요트와 세일에 가해지는 풍압으로 방향을 바꾸는 윈드서핑으로 크게 나뉜다. 풍향이 변할 때 몸의 위치를 반대 편으로 옮기며 항로를 바꾸는 기술은 ‘태킹’이라고 한다. 윈드서핑은 선 채로 끊임없이 세일을 당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앉아서 항해를 하는 일반 요트에선 윈드서핑처럼 바람을 일으키는 동작을 하면 마크(반환점)를 2바퀴 도는 벌칙을 받는다. 이나경은 “윈드서핑은 펌핑하는 동작이 역동적이지만, 일반 요트는 바람이 약할 땐 숨죽이고 가만히 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30~50분간 지속되는 경기를 최대 10차례 치러야 하는 아시안게임에선 체력·기술과 더불어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해상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못해 주저앉지 않도록 코치들이 골프의 캐디처럼 경기 직전까지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도자가 선수를 완전히 파악하고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트 강국에선 대표 선수가 뽑히면 그 선수를 길러낸 지도자도 함께 대표팀 코치로 발탁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목표는 금메달 4개다. 이를 위해 한번 바다에 나가면 4~5시간 요트를 탄 뒤 육지로 돌아오는 강훈련을 하고 있다. 2002년 부산 대회 땐 6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금메달 1개로 부진했다. 경쟁국은 일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타이, 홍콩 등이다. 김 감독은 “점심도 배 위에서 간단하게 먹을 정도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만의 전술로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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