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근대5종 대표팀은 경상북도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육상 훈련을 끝낸 남자 선수들(왼쪽부터 황우진, 정진화, 정훤호, 이우진)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땀
① 근대5종
① 근대5종
펜싱 훈련을 마친 여자 선수들(왼쪽부터 최민지, 양수진, 김선우, 정민아)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말에서 떨어져 손가락을 다친 양수진은 칼을 잡기 어려워 이날 펜싱 훈련을 하지 않았다.
체력 넘어 판단·교감능력 필요
“역전 비일비재…삶 축소판 같아” 타본 말이라 승마종목서 유리
“남 개인·단체 석권, 여 2위 목표” 세번째 종목인 승마 비월경기는 변수가 크다.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16~18마리의 말들은 추첨으로 배분된다. 무작위로 지정된 말이 선수들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장애물 12개를 넘어야 하는데 말이 점프를 4차례 거부하거나 선수가 2차례 낙마하면 0점을 받아 입상이 어려워진다. 여자팀 간판선수 양수진(26·LH)은 훈련 중 말에서 떨어져 손을 다치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말들을 직접 타보고 습성을 파악한 뒤 출전한다. 안방경기의 이점이다. 주특기가 승마인 정진화(25·남·울산시청)는 “외국 선수들은 점핑 테스트를 보기만 할 뿐 말을 타보지 않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성진 여자팀 감독도 “여자부는 중국의 실력이 한국보다 앞서 있지만 말의 변수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격과 육상은 마지막에 복합경기로 치러진다. 10m 공기권총을 5발 쏘고 800m 거리를 달리는 것을 4차례 반복하는 경기다. 앞선 세 종목의 환산 점수 순위대로 차등 출발한다. 체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달린 뒤 맥박이 요동칠 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사격을 해야 한다. 황우진(24·남·광주시청)은 “생각하며 총을 쏘는 게 아니라 몸에 밴 대로 조준하고 쏜다. 연습을 많이 해 체력이 한계에 이르러도 자연스럽게 자세가 잡힌다”고 말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메달을 땄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민아(22·여·한국체대)는 “복합종목에서 10명 이상 추월한 적이 있다. 그땐 정말 희열을 느꼈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긍정적인 마음가짐 없이는 근대5종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수진은 “잘하던 종목을 망쳐도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다른 종목을 해내야 한다”고 했다. 다섯 종목의 훈련이 고통스럽지만 ‘멀티플레이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정훤호(26·대구시체육회)는 “내 별명은 포기를 모른다고 해서 ‘불꽃 남자’다. 근대5종은 내가 걸어온 길이자 앞으로 가야 할 ‘마이 웨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시안게임 목표는 남자 단체·개인전 석권과 여자 단체·개인전 은메달 이상이다. 남자 선수들은 벌써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166㎝ 단신을 극복하고 대표로 선발된 남자팀 막내 이우진(22·한국체대)은 “아시안게임을 넘어 한국 최초의 근대5종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문경/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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