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하루 동안 극한의 도전, 그러나 포기는 몰라요

등록 2014-08-19 18:59수정 2014-09-16 10:26

인천아시안게임 근대5종 대표팀은 경상북도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육상 훈련을 끝낸 남자 선수들(왼쪽부터 황우진, 정진화, 정훤호, 이우진)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근대5종 대표팀은 경상북도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육상 훈련을 끝낸 남자 선수들(왼쪽부터 황우진, 정진화, 정훤호, 이우진)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① 근대5종
근대5종 선수들이 갖춰야 할 건 단순한 체력만이 아니다.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을 모두 섭렵하려면 근력, 지구력, 순발력, 판단력, 집중력에 동물과의 교감 능력도 필요하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근대5종 선수는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경기가 다섯 종목으로 구성되므로 초반에 뒤져도 후반에 극복할 수 있다. 처음에 앞서다 막판에 역전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이유로 근대5종의 매력은 인생의 ‘희로애락’에 비유된다. 지난 7일 경상북도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남녀 대표 선수들은 인생의 참맛을 만끽하는 듯했다.

다섯 종목의 출발점은 펜싱이다. 여자 대표 선수들은 전국 각지에서 온 펜싱 선수들과 정신없이 돌아가며 대결을 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와 싸워야 하는 ‘풀 리그’에 대비한 실전훈련이다. 총 30여명과 맞붙는 시합은 제한시간 1분 동안 1점을 먼저 따내면 승리한다. 선수들은 마치 무술계의 ‘도장 간판 깨기’처럼 상대 검객을 한명 한명 찌르며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민지(21·여·한국체대)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단판승부에서 20명 넘게 꺾으면 기분이 짜릿하다”고 말했다.

두번째 관문은 수영이다. 200m 자유형으로 치러지는 수영은 체력과의 싸움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김선우(18·여·경기체고)도 수영으로 시작해 근대5종에 입문했지만 막판 스퍼트는 여전히 힘들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 팔과 다리가 말리는 느낌이 들어요. 저리고 굳어가는 팔근육이 너무 무거워 돌리기가 힘들죠.” 온 힘을 쏟았는데도 기록이 저조하면 마음이 괴로워진다. 의기소침할 이유는 없다. 역전이 가능한 후반 종목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펜싱 훈련을 마친 여자 선수들(왼쪽부터 최민지, 양수진, 김선우, 정민아)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말에서 떨어져 손가락을 다친 양수진은 칼을 잡기 어려워 이날 펜싱 훈련을 하지 않았다.
펜싱 훈련을 마친 여자 선수들(왼쪽부터 최민지, 양수진, 김선우, 정민아)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말에서 떨어져 손가락을 다친 양수진은 칼을 잡기 어려워 이날 펜싱 훈련을 하지 않았다.

펜싱·수영·승마·사격·육상까지
체력 넘어 판단·교감능력 필요
“역전 비일비재…삶 축소판 같아”

타본 말이라 승마종목서 유리
“남 개인·단체 석권, 여 2위 목표”

세번째 종목인 승마 비월경기는 변수가 크다.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16~18마리의 말들은 추첨으로 배분된다. 무작위로 지정된 말이 선수들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장애물 12개를 넘어야 하는데 말이 점프를 4차례 거부하거나 선수가 2차례 낙마하면 0점을 받아 입상이 어려워진다. 여자팀 간판선수 양수진(26·LH)은 훈련 중 말에서 떨어져 손을 다치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말들을 직접 타보고 습성을 파악한 뒤 출전한다. 안방경기의 이점이다. 주특기가 승마인 정진화(25·남·울산시청)는 “외국 선수들은 점핑 테스트를 보기만 할 뿐 말을 타보지 않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성진 여자팀 감독도 “여자부는 중국의 실력이 한국보다 앞서 있지만 말의 변수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격과 육상은 마지막에 복합경기로 치러진다. 10m 공기권총을 5발 쏘고 800m 거리를 달리는 것을 4차례 반복하는 경기다. 앞선 세 종목의 환산 점수 순위대로 차등 출발한다. 체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달린 뒤 맥박이 요동칠 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사격을 해야 한다. 황우진(24·남·광주시청)은 “생각하며 총을 쏘는 게 아니라 몸에 밴 대로 조준하고 쏜다. 연습을 많이 해 체력이 한계에 이르러도 자연스럽게 자세가 잡힌다”고 말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메달을 땄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민아(22·여·한국체대)는 “복합종목에서 10명 이상 추월한 적이 있다. 그땐 정말 희열을 느꼈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긍정적인 마음가짐 없이는 근대5종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수진은 “잘하던 종목을 망쳐도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다른 종목을 해내야 한다”고 했다. 다섯 종목의 훈련이 고통스럽지만 ‘멀티플레이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정훤호(26·대구시체육회)는 “내 별명은 포기를 모른다고 해서 ‘불꽃 남자’다. 근대5종은 내가 걸어온 길이자 앞으로 가야 할 ‘마이 웨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시안게임 목표는 남자 단체·개인전 석권과 여자 단체·개인전 은메달 이상이다. 남자 선수들은 벌써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166㎝ 단신을 극복하고 대표로 선발된 남자팀 막내 이우진(22·한국체대)은 “아시안게임을 넘어 한국 최초의 근대5종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문경/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한국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린샤오쥔 응원하는 중국 [아오아오 하얼빈] 1.

“한국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린샤오쥔 응원하는 중국 [아오아오 하얼빈]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2.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3.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심석희 “17살 때부터 4년간 조재범 코치가 상습 성폭행” 4.

심석희 “17살 때부터 4년간 조재범 코치가 상습 성폭행”

셀틱 양현준 1골2도움 폭발…팀은 FA컵 8강 진출 5.

셀틱 양현준 1골2도움 폭발…팀은 FA컵 8강 진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