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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마이 마미 이즈 갱스터~

등록 2012-12-07 20:53

농구를 잘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 돌잔치 때에도 돈과 연필과 실을 외면하고 공을 잡았다고 한다.
전태풍 선수 제공
농구를 잘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 돌잔치 때에도 돈과 연필과 실을 외면하고 공을 잡았다고 한다. 전태풍 선수 제공
[토요판] 전태풍의 편지
유머 있지, 운동 잘하지
게다가 제가 좀 생겼잖아요
여자들이 많이 따랐어요
엄만 그들을 떼놓는 악역이셨죠

아빤 ‘경찰’로 불리셨어요
직업까지 버리시고
나의 하루를 정확히 파악했죠
사춘기 땐 부모가 미웠답니다

지난 두 주일간 정말 행복했어요. 프로-아마 최강전에 출전한 대학생 선수들과 몸을 부딪쳐가며 경기를 했기 때문이죠. 패기 넘치는 그들을 보니까 제 대학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어요. 특히 허재 감독의 아들인 허웅 연세대 선수가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니 저에게 평생 농구를 가르쳐주신 아버지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곤 했어요.

오늘은 제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왜냐하면 그 두 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우선 어머니(전명순·63)부터 말씀드릴게요. 어머니는 키가 좀 작으시죠. 농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주얼 에이킨스·64)와 함께 걸으시면 그야말로 ‘고목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를 연상시키죠. 그러나 어머니는 정말 ‘작은 거인’입니다. 당차시고 빈틈없으신 분이죠.

어머니가 들려주신 저의 어릴 때 모습입니다. “토니야, 너는 태어나 7개월 만에 씩씩하게 걸어 주변을 놀라게 했지. 돌잔치 때에도 돈, 연필, 실 같은 것 외면하고 돌상 한쪽에 있는 공을 잡는 거야. 어느 날은 기어 다니던 너를 혼자 집에 두고 일 보러 나갔다 왔는데, 너는 신문지를 공처럼 만들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지. 얼마나 귀엽던지. 아마도 둥근 공은 네 운명일지도 몰라.”

농구 명가드 출신인 아버지는 아마도 이런 저를 어릴 때부터 운동선수로 키우려고 작정하신 것 같아요. 두살짜리였던 저를 운동장으로 자주 데리고 가셨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우유병과 기저귀 등을 가방에 싸 주시면 아버지가 저를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신 거죠. 저녁때 집에 들어오면 우유병에서 모래가 잔뜩 나와 두 분이 대판 싸우시기도 했다네요.

어머니는 16살 때 단신으로 인천에서 미국에 온 용기있는 분입니다. 당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5남4녀 집안의 막내딸이었던 어머니는 미국에 있는 한 아주머니가 수양딸로 삼겠다고 해서 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시간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셨죠. 귀여운 모습의 동양 처녀는 당시 미시간대학에 유학중이던 한국 학생들과 어울려 농구장에 갔다가 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두 분은 한눈에 반했다나, 어쨌다나.

한살 차이의 두 분은 4년간 열애를 하다가 1976년에 29살(아버지), 28살 나이로 드디어 결혼하셨어요. 그리고 4년 뒤 제가 태어났어요.

어머니는 결혼 1년 만에 엄청난 일을 하셨어요. 한국에 사는 친척 21명을 이민 형식으로 초청한 것이죠. 막내딸이 집안을 완전히 일으켜 세운 셈이죠. 그것도 젊은 나이에.

그 당시 벌어졌던 아주 재미난 해프닝을 어머니 말씀으로 소개합니다.

“상상도 하기 어려웠어. 엘에이 공항에 21명의 짐을 일렬로 세워놓으니 끝이 안 보일 정도였어. 이민 온다고 각종 살림살이에, 옷에, 신발에, 고추장, 된장…. 그런데 아버지가 안 보이는 거야. 한참을 기다려도 차를 가지러 간다는 아버지가 오지 않는 거지. 미국에 막 도착한 식구들은 수군대기 시작했어. 너무 많은 가족이 한꺼번에 오니까 아마도 도망간 것이라고. 얼마나 열불이 나던지. 그런데 한참 있다가 아버지가 드디어 나타났어. 이민 온 식구들의 짐을 보고는 트럭을 빌리러 간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 결국 큰 트럭을 타고 온 가족들은 미국과 첫 대면을 해야 한 것이죠. 그때 두리번거리며 미국 땅을 밟았던 고모와 삼촌들은 모두 미국에서 자리잡고 잘살고 계시죠.

이 정도면 여러분은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다부진 여성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그러던 어머니와 제가 충돌한 것은 바로 여자 때문입니다.

어린 저는 전혀 말썽을 피우지 않은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예절도 바르고, 그리고 운동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아버지는 틈나는 대로 저를 운동장에 데리고 다니셨고, 저는 야구와 미식축구, 그리고 농구 등 여러 스포츠에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점차 여자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운동도 잘하고, 그리고 제가 좀 잘생겼잖아요. 그러니 그야말로 여자들이 쇄도했어요.

어머니는 그렇게 달라붙는 여자들을 떼어놓는 ‘악역’을 담당했어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느 날 학교에 가니 어머니가 제 백인 여자친구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계셨어요. 놀라서 다가가보니 “네 딸이 우리 아들을 유혹했다”고 어머니는 소리 질렀고, 상대방 어머니는 “당치 않은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어요.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래서 저는 울면서 “깡패엄마, 돌아가”라고 외치기도 했어요.

16살 때는 제가 속한 고등학교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했어요. 물론 제가 큰 활약을 했고, 저에게 욕심을 낸 나이키 회사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유니폼과 신발을 제공했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선수 부모들이 학교에 내는 기부금을 조금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을 초청해 경기를 하면서 다른 기부금을 낸 학부모들의 자리는 본부석에 마련하면서 우리 부모님 좌석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선수 학부모들만 있을 때 어머니는 큰 소리로 한말씀 하셨어요. “너희 아들이 입는 유니폼과 운동화 누구 때문에 나이키가 제공했지?”

순간 장내는 정적이 돌았고, 학부모 대표가 얼른 어머니께 사과를 했어요. 그날 이후 어머니는 선수 부모들 사이에서 ‘짱’으로 존재했어요.

아버지도 제 친구들 사이에서는 ‘경찰’로 불리셨어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정확히 알았고, 밤 10시 이후면 저를 꼭 데리러 오셨어요. 아마도 저를 그냥 방치할 경우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 때문에 제대로 선수 생활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눈치챘을 것입니다. 사춘기 이후 저와 부모님의 관계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그래요, 저는 한동안 부모님을 무척이나 원망했어요. 크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말 저를 한번도 때리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저는 한동안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저에게 사랑을 퍼부어주시고, 직업까지 버리고 저에게 농구를 가르쳐주신 아버지, 그리고 저를 낳으시고 자나 깨나 저를 걱정해주신 어머니인 줄은 충분히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저는 그런 훌륭하신 부모님을 원망해야 했을까요? 그것은 제가 지금 한국에서 농구를 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요. 아! 다 됐네요.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리죠.(부모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다음회에 계속>

정리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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