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종합순위 5위로 사상 최고 성적
최연소·유일한 동양 선수로 결선 진출
3위와 불과 0.225차이로 아쉽게 메달 놓쳐
최연소·유일한 동양 선수로 결선 진출
3위와 불과 0.225차이로 아쉽게 메달 놓쳐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해도 자꾸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런 엄청난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손연재(18·세종고)였다.
문제는 곤봉. 이미 후프와 볼 연기에서 결점없는 기량을 보이며 중간 합계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애초 목표는 런던 올림픽 결선 진출.
전날 이미 목표를 달성해 오늘 결선은 부담없이 하기로 했다.
손연재는 10명의 결선 진출자 가운데 유일한 동양선수이고, 가장 나이가 어렸다.
관중들은 손연재만 나오면 마치 자국 선수가 나온것처럼 환영의 박수를 쳤고, 묘기가 나오거나 좋은 점수가 나오면 체육관이 떠나가라 환성을 질렀다.
이미 손연재는 한국의 국민동생이 아니라 세계인의 동생이 돼 있는 셈이다.
손연재는 경기가 끝나고 “아직 메달을 욕심낼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과는 3등 동메달을 딴 리우부 차르카시나(25·벨라루시)와는 종합점수 불과 0.225차이.
그 생각을 하자 순간적으로 눈물이 흘렀다.
올들어 대분분 해외 전지훈련하며 혼자 외롭게 지냈어도,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손연재였다. 항상 쾌활하고, 긍정적인 손연재는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였다.
그런 손연재가 입으로는 “5등도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여지가 생겼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딸 수 있겠다”고 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 이유는 바로 곤봉이었다.
두개의 곤봉을 하늘 높이 던져 올리고, 두 바퀴를 돌아 바닥에서 고개를 뒤로 젖힌채 번갈아 받아 내는 동작.
손연재는 두개 모두 놓치는 ‘말도 않되는 실수’를 했다. 비록 놓치더라도 선수들은 한 개만 놓친다. 두 개 한꺼번에 놓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손연재는 국제대회에서 한번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이날 결선에 오른 선수 가운데에서도 유일하다. 이때 잃어버린 점수가 2점을 넘는다. 만약 그때 곤봉을 하나면 놓쳤어도 실점은 1~1.3점. 동메달과 0.225점 차이니 손연재는 당연히 시상대 위에 있었을 것이다.
결국 곤봉을 마치니 손연재의 종합순위는공동 9위로 쳐졌다.
그러나 손연재가 가장 자신있는 마지막 리본에서 우아하고, 결점없는 연기를 펼치며 순위를 5위로 끌어 올렸다.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 경기에서 후프(28.050점), 볼(28.325), 곤봉(26.750점), 리본(28.350점) 등 4종목 합계 111.475점을 받아 종합순위 5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 리듬체조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오른 손연재는 동메달에 가까운 5위를 차지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앞으로도 흠뻑 받게 됐다.
또 한국 리듬체조 사상 역대 최고 성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신수지(22)가 거둔 12위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손연재는 후프에서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 인형’을 배경음악으로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난도 9.200점, 예술 9.500점, 실시 9.600점으로 합계 28.050점을 받았다.
볼 종목에서는 ‘라임라이트-내마음의 멜로디’를 배경음악에 맞춰 깔끔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난도 9.350점, 예술 9.525점, 실시 9.450점으로 합계 28.325점을 받았다.
곤봉에서는 배경음악 ‘블랙머신-재즈머신’의 리듬에 맞춰 자신감있는 연기를 펼쳤지만 중반 이후 ‘대실수’로 난도 8.750점, 예술 9.150점 실시 8.850점으로 합계 26.750점에 그쳤다.
리본 종목에서는 난도 9.450점, 예술 9.550점, 실시 9.350점으로 합계 28.350점을 받으며 5위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올림픽을 진정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손연재는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아 힘들었다. 이제는 빨리 한국에 돌아가 쉬고 싶다”고 말했다.
‘리듬체조의 여제’ 예브게니 카나예바(22·러시아)가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최종점수 116.900점을 받아 정상을 지켰다.
런던/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11일(현지시각)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 종합 결승전에서 손연재가 곤봉 연기를 하고 있다. 이길우 선임기자
11일(현지시각)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 종합 결승전 곤봉연기 도중 손연재가 곤봉을 떨어뜨렸다. 이길우 선임기자
11일(현지시각)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 종합 결승전 곤봉연기 도중 손연재가 떨어진 곤봉을 줍고 있다. 이길우 선임기자
눈물 닦는 손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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