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펼쳤다. 박주영이 전반 37분 선취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20120810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빗맞아도 다른 박주영의 ‘한방’
역시 박주영이었다. 빗맞아도 박주영의 ‘한방’은 달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경기장에서 끝난 한-일전. 박주영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환했다. 박주영(27·아스널)은 이날 전반 38분 승패를 가르는 선제 결승골로 한국 올림픽 동메달의 물꼬를 텄다. 스스로도 대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슈팅 장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겸연스러워했다. “그런 ‘삑사리’를 왜…”
하프라인을 위에서 받은 공을 혼자 치고들어가던 박주영은 20m 이상을 돌파하며 골까지 마무리했다. 상대 수비 한명이 앞에 있었고, 좌우에서 추가로 수비자원이 투입되면서 4명이 에워싼 형국이었다.
박주영은 그 상황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각도로 만들어냈고, 상대 문지기도 꼼짝할 수 없는 통렬한 슛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슛을 하겠다고 작심했고 공간을 열었다. 운이 좋아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반대쪽 골대 쪽으로 공을 찼는데 공이 제대로 맞지 않고 슈팅이 안쪽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이 슈팅을 한 지점이 공격진행 방향에서 보면 오른쪽 벌칙구역 안이었고, 당연히 골망 왼쪽으로 차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슈팅은 골키퍼의 왼쪽, 그러니까 오른쪽 골망 구석으로 박혔다. 왼쪽 구석으로 찾더라고 득점할 수는 있었지만, 오히려 의도하지 않았던 오른쪽 골대로 빨려들어가 더 통렬했다. 빗맞았다고 하지만 매우 강력한 슈팅이어서 골키퍼는 막기 힘들었다.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된 박주영의 표정은 편해 보였다. 박주영은 “한국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긴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은 것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역특례 혜택으로 선수들이 전성기 때 자신의 기량을 더 펼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는 뜻이다. 물론, 본인의 병역특례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박주영은 “후배 선수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내가 후배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홍명보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주저 없이 다시 뛰었고 선수들의 믿음이 결실을 봐서 기쁘다”고 말했다.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이지만 박주영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 투였다. 그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운동장이다. 운동장에서 내가 어떻게 뛰고 움직이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그동안 올림픽에 많은 준비를 했다”며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카디프/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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