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기자의 런던 클로즈업] ⑦ 육상 200m 우사인 볼트
그의 우승 세리머니는 너무도 즐겁고 유쾌했다. 경기가 끝난 지 40여분이 지났지만 스타디움은 여전히 그가 주인공이다.
남자 200m 결승점을 통과하기 전에 이미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는 ‘장난기’를 숨기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19초32)을 따라오는 옆 레인의 후배 요한 블레이크(23·19초44)를 여유있게 곁눈질했다.
누구도 해보지 못한 200m 올림픽 2연패를 해낸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는 아마도 관중을 가장 즐겁게 만드는 스포츠 선수로 또다른 ‘명성’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9일(현지시각) 밤, 조명탑이 환하게 불을 밝힌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을 꽉 메운 8만여명의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꺽다리 스프린터의 재롱에 흠뻑 빠져 있었다.
나흘 전 100m를 9초63 올림픽 신기록으로 주파했던 볼트는 다양하고 거침없는 몸짓을 뽐냈다. 관중석에 다가가 껴안고 함께 사진을 찍는가 하면, 관중이 요구하면 몇번이고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는 특유의 익살스런 ‘볼트 포즈’를 잡아 주었다. 때로는 마치 힙합 스타처럼 어깨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추었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진기자의 사진기를 빼앗아 기자를 찍는 제스처까지 취하며 모두를 즐겁게 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흥에 겨워 몸을 트랙에 굴리기도 했다. 다른 우승자들이 국기를 휘날리며 트랙을 도는 단막극을 선보인다면 볼트의 세리머니는 장편 시리즈다.
선천적인 척추 측만에 의한 다리 근육통으로 우승 여부가 불투명했던 볼트는 올림픽 100m와 200m를 동시에 2회 연속 제패한 최초의 선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경기장 안에서는 여자 창던지기 결승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넓은 트랙을 마치 노인들이 산책하듯 천천히 돌며 재롱을 피우는 볼트에게 관중들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볼트는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이제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됐다”며 스스로 전설이 됐음을 말하는 ‘도발’을 하기도 했다.
인류의 육상 역사를 ‘볼트 등장 이전과 이후’로 쓰게 만든 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신기록과 익살을 부릴지….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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