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기자가 8일(현지시각) 템스강변을 뛰며 런던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길우 기자가 직접 뛴 런던 마라톤코스
버킹엄궁전 출발 3.5㎞ 돌면
템스강변 13㎞ 3번 왕복해야
웨스트민스터·워털루 다리…
유서깊은 런던풍광 눈길 끌어 코스 굴곡 심해 ‘미로 달리듯’
직선에 익숙한 선수들엔 난제
지루한 길·날씨 변덕과 싸워야 마라톤 풀코스 42.195㎞가 만들어진 곳이 바로 영국 런던이다.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 이전까지는 마라톤 코스가 25마일(40.2㎞)이었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자신이 경기를 관전하는 로열박스 앞으로 골인지점을 바꾸라고 명령해 약 2㎞ 늘어난 42.195㎞가 탄생했다. 2012 런던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남자 마라톤 경기가 이틀 앞(12일 오전 11시·현지시각)으로 다가왔다. 마라톤 코스는 주최국의 문화와 경제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라톤 중계를 통해 코스의 주변 풍광이 세계인들의 눈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런던 마라톤 코스는 순환형으로 조성됐다. 출발하자마자 3.57㎞의 시내 중심을 돈 뒤 템스강을 따라 펼쳐진 13㎞의 코스를 세번 왕복한다. 유서 깊은 각종 기념물들과 영국 역사의 상징인 템스강의 빠른 물살을 세계인들에게 반복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8일 마라톤 시간에 맞춰 더운 낮에 전 코스를 직접 뛰어 보았다. 이래 봬도 풀코스를 3시간대에 주파한 마라톤 동호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뛰는 아스팔트 차도 대신 인도로 만족해야 했다. 출발점은 영국 왕실이 있는 버킹엄 궁전의 뜰이다. 비교적 좁은 도로를 따라 달려 템스강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국회의사당과 그윽한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빅벤 시계탑, 그리고 고딕양식 교회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웨스트민스터사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템스강 건너편엔 높이 135m의 회전 관람차인 런던 아이(Eye)가 보인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돌아 출발점을 거치면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런던 관광의 시작점인 트래펄가 광장이 왼쪽에 있다. 트라팔가르 해전의 승리를 기념해 세운 55m 높이의 넬슨 제독 기념 기둥과 나폴레옹의 프랑스 해군 함정에서 노획한 대포를 녹여 만든 네마리의 대형 사자상이 비둘기 무리들과 함께 반겨준다. 그 한쪽엔 영국사에서 유일하게 처형당한 왕인 찰스 1세 동상이, 참수당한 그 자리에 쓸쓸히 서 있다. 코스는 템스강을 오른쪽에 두고 강변 아스팔트를 질주하게 만들었다. 영국인들은 이미 1209년에 이 템스강에 최초로 다리를 건설했다고 한다. 유속이 빨라 다리는 버티기 어려웠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영국의 토목, 구조공학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1860년대에 지하철을 건설했다고 한다. 워털루 다리를 지나자 약간 오르막이다. 왼쪽으로 꺾어 동쪽 시내의 좁은 길로 들어선다. 위용있는 돔이 상징인 세인트 폴 대성당이 눈앞에 보인다. 원래 교회가 1666년 런던 대화재로 잿더미가 되자, 당시 최고의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35년에 걸쳐 르네상스풍으로 완성했다. 2차대전 때 독일의 대규모 공습에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주변은 오피스 빌딩이 빽빽하다.
이번 마라톤 코스는 유난히 굴곡이 심하다. 미로를 달리듯 방향을 자주 틀어야 했다. 지도를 보면서도 행인들에게 길을 자주 물어야 했다. 코스를 한바퀴 도는 데 무려 31곳의 ㄱ자 꺾임이 있다. 직선 코스에 익숙한 선수들은 코너를 돌 때마다 발목과 발바닥에 심한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마라톤 선수들은 마치 쇼트트랙 선수처럼 최대한 짧은 거리로 코너를 돌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다시 템스강변의 코스를 달린다. 강변의 바람이 세차다. 유리로 만든 거대한 시가를 땅에 꽂은 듯한 거킨빌딩과 최근 준공된 유럽 최고층 빌딩 샤드가 전통과 조화된 런던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영국 왕실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와 처형으로 얼룩진 런던타워와 빅토리아 왕조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타워 브리지를 보며 방향을 튼다. 다시 버킹엄 궁으로 향한다. 선수들은 이런 코스를 세번 돈다. 반복되는 지루함과도 싸워야 한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최대 변수이다. 지난 일요일 먼저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 선수들은 쌀쌀한 가운데 비가 오다가 흐리다가 쨍쨍 햇빛이 나는 ‘롤러코스터 날씨’에 시달렸다. 선두 그룹을 형성하게 될 케냐 등의 아프리카 남자 선수들은 비 오고 습한 날씨에 매우 취약하다. 정진혁(22·건국대)과 이두행(31·고양시청)을 출전시키는 유영훈 마라톤 코치는 “차라리 비가 오는 변덕스런 날씨가 상위권 입상을 노리는 한국 선수에겐 유리하다”고 말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템스강의 유람선 뒤로 노을이 아름답다.
런던/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친박’들한테 돈 상납하는 새누리당 풍토
■ “박근혜, 정수장학회 최필립 등한테서 7500만원 후원금”
■ ‘시신유기’ 의사 “우유주사 맞을까요?” 문자 메시지
■ 현영희 의혹 ‘3억원’ 출처 의문…소형 유치원 말곤 수입원 없어
■ 싸이 ‘강남스타일', 미국 넘어 유럽 상륙
■ 육군 대위 소총 자살…군 허술한 총기 관리 도마에
■ [화보] 낙동강 이어 한강도 ‘녹차 라떼’
템스강변 13㎞ 3번 왕복해야
웨스트민스터·워털루 다리…
유서깊은 런던풍광 눈길 끌어 코스 굴곡 심해 ‘미로 달리듯’
직선에 익숙한 선수들엔 난제
지루한 길·날씨 변덕과 싸워야 마라톤 풀코스 42.195㎞가 만들어진 곳이 바로 영국 런던이다.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 이전까지는 마라톤 코스가 25마일(40.2㎞)이었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자신이 경기를 관전하는 로열박스 앞으로 골인지점을 바꾸라고 명령해 약 2㎞ 늘어난 42.195㎞가 탄생했다. 2012 런던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남자 마라톤 경기가 이틀 앞(12일 오전 11시·현지시각)으로 다가왔다. 마라톤 코스는 주최국의 문화와 경제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라톤 중계를 통해 코스의 주변 풍광이 세계인들의 눈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런던 마라톤 코스는 순환형으로 조성됐다. 출발하자마자 3.57㎞의 시내 중심을 돈 뒤 템스강을 따라 펼쳐진 13㎞의 코스를 세번 왕복한다. 유서 깊은 각종 기념물들과 영국 역사의 상징인 템스강의 빠른 물살을 세계인들에게 반복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8일 마라톤 시간에 맞춰 더운 낮에 전 코스를 직접 뛰어 보았다. 이래 봬도 풀코스를 3시간대에 주파한 마라톤 동호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뛰는 아스팔트 차도 대신 인도로 만족해야 했다. 출발점은 영국 왕실이 있는 버킹엄 궁전의 뜰이다. 비교적 좁은 도로를 따라 달려 템스강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국회의사당과 그윽한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빅벤 시계탑, 그리고 고딕양식 교회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웨스트민스터사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템스강 건너편엔 높이 135m의 회전 관람차인 런던 아이(Eye)가 보인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돌아 출발점을 거치면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런던 관광의 시작점인 트래펄가 광장이 왼쪽에 있다. 트라팔가르 해전의 승리를 기념해 세운 55m 높이의 넬슨 제독 기념 기둥과 나폴레옹의 프랑스 해군 함정에서 노획한 대포를 녹여 만든 네마리의 대형 사자상이 비둘기 무리들과 함께 반겨준다. 그 한쪽엔 영국사에서 유일하게 처형당한 왕인 찰스 1세 동상이, 참수당한 그 자리에 쓸쓸히 서 있다. 코스는 템스강을 오른쪽에 두고 강변 아스팔트를 질주하게 만들었다. 영국인들은 이미 1209년에 이 템스강에 최초로 다리를 건설했다고 한다. 유속이 빨라 다리는 버티기 어려웠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영국의 토목, 구조공학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1860년대에 지하철을 건설했다고 한다. 워털루 다리를 지나자 약간 오르막이다. 왼쪽으로 꺾어 동쪽 시내의 좁은 길로 들어선다. 위용있는 돔이 상징인 세인트 폴 대성당이 눈앞에 보인다. 원래 교회가 1666년 런던 대화재로 잿더미가 되자, 당시 최고의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35년에 걸쳐 르네상스풍으로 완성했다. 2차대전 때 독일의 대규모 공습에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주변은 오피스 빌딩이 빽빽하다.
런던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미리 뛰어보고 있는 이길우 기자.
런던올림픽 마라톤 코스
■ ‘친박’들한테 돈 상납하는 새누리당 풍토
■ “박근혜, 정수장학회 최필립 등한테서 7500만원 후원금”
■ ‘시신유기’ 의사 “우유주사 맞을까요?” 문자 메시지
■ 현영희 의혹 ‘3억원’ 출처 의문…소형 유치원 말곤 수입원 없어
■ 싸이 ‘강남스타일', 미국 넘어 유럽 상륙
■ 육군 대위 소총 자살…군 허술한 총기 관리 도마에
■ [화보] 낙동강 이어 한강도 ‘녹차 라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