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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내전·나이도 막지 못한 이들의 ‘빛나는 올림픽’

등록 2012-08-06 18:57수정 2012-08-06 22:20

왼쪽부터 메리 콤, 잠잠 모하메드 파라, 아조 크포시.
왼쪽부터 메리 콤, 잠잠 모하메드 파라, 아조 크포시.
올림픽은 꿈과 감동의 드라마다
헤드기어에 살짝 드러낸 얼굴만 보면 누가 쌍둥이 엄마라고 생각할까? 육상 예선 꼴찌를 했지만 8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는 상황은 어떤가. 13살 최연소 수영 참가 선수는 동네 마트에서 파는 수영복을 입고 나왔다. 모자이크처럼 다채로운 올림픽엔 익숙한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꿈의 무대’에 오른 영웅들이 있다. 이들의 투혼이 진짜 올림픽 정신이 아닐까.

가난에 배곯았던 엄마 복서 콤
쌍둥이 5살 생일날 올림픽 첫승
“아들들 위해 끝까지 간다” 눈물

인도 여자 복싱팀의 메리 콤(29)은 5일(현지시각)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복싱 플라이급(48~51㎏) 16강전 승리 뒤 펑펑 울었다.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런던올림픽 복싱에서 콤은 전 세계챔피언 카롤리나 미할추크(폴란드)를 이겼다. 스스로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는 판정승(19-14)이다. 그런데 머리에 떠오른 것은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이다. “오늘이 쌍둥이 아들들 5번째 생일인데,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못난 엄마네요. 하지만 복서로서 올림픽에 서는 날을 12년 동안이나 기다려왔고, 아들들을 위해 끝까지 싸워 이길 겁니다.” 외신이 전한 콤의 마음이다.

‘여자 알리’로 불리는 콤의 인생은 굴곡투성이다. 어렸을 때는 작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화전민 부모 밑에서 온종일 배를 곯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열다섯살에 글러브를 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동향인 인도 마니푸르 출신이면서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복싱 금메달을 딴 딩코 싱이 롤 모델이다. 승부욕 강한 콤은 세계여자아마추어 라이트플라이급(48㎏ 미만)에서 5차례나 우승했다. 플라이급으로 체급을 바꾼 2010년에는 광저우아시아경기 동메달을 딴 실력파다. 런던올림픽 예선도 인도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통과했다. 담당 코치가 국제여자아마추어복싱연맹이 요구하는 자격증을 갖추지 못해 콤은 혈혈단신으로 런던에 입성했다. 대신 어머니가 함께 와 관중석에서 응원을 해준다.

분쟁의 땅 소말리아서 온 파라
꼴찌했지만 8만 관중 기립박수
“우리의 존재 보일수 있어 좋다”

소말리아에서 온 잠잠 모하메드 파라(21)는 3일 열린 육상 여자 400m 예선에서 꼴찌를 했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을 채운 8만여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분쟁과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자기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 소말리아올림픽조직위원장이 폭탄테러로 숨지는 등 소말리아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수도 모가디슈에 거주하는 파라는 폭탄테러범으로 오해를 받아 군인들에게 억류를 당한 경험도 있다. 파라는 <소말리아 라디오>와의 휴대전화 인터뷰에서 “올림픽 경기에 참가해 ‘소말리아’도 여기, 이곳에 있다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런던 최연소 참가 13살 크포시
12㎞ 거리 호텔 수영장서 훈련
꼴찌서 두번째 “기록 경신 만족”

런던올림픽에 최연소로 출전한 토고의 수영 선수 아조 크포시(13)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코치는 유명 선수 출신이 아니다. 체육교사로 일하는 아버지가 전담해서 가르친다. 형편이 좋을 리가 없다. 아버지 크와미 크포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스타팅블록도 없었고, 물안경, 물갈퀴도 없었다. 차를 타고 집에서 12㎞나 떨어진 호텔 수영장으로 가서 훈련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3일에 한번 차에 기름을 채워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유명 상표가 붙은 첨단 수영복은 꿈도 못 꾼다. 대신 마트에서 산 수영복을 입고 여자 자유형 50m 예선을 37초55로 주파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10초가량 뒤진 꼴찌에서 둘째다. 하지만 개인 최고기록은 경신했다. 올림픽에 나오기 전 최고기록이 44초60이었으니, 올림픽 경쟁효과는 톡톡히 봤다. 아조는 “개인기록을 깨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좋아했고, 아버지 크와미는 “딸이 나이를 초월한 투지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어 흡족하다”고 했다.

10대 때 코치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아픔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여자 유도 선수 케일라 해리슨(22), 양발 절단 장애의 편견을 깨고 육상 남자 400m 준결승까지 올랐던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 등 올림픽 무대는 모험과 도전의 이야기로 차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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