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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허 찌른 김지연 ‘칼의 노래’

등록 2012-08-02 16:33수정 2012-08-03 08:42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
2년전 174위서 올 수직상승
“잘해야 동메달” 주목 안해
뒤지던 4강전서 대역전극

모두들 ‘코리아 선수’가 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결을 응시하기보다 딴짓을 하는 관중이 많았다. 15점이면 끝나는 점수는 1-6, 3-9, 5-12로 벌어졌다. 당대 ‘최강’ 매리얼 재거니스(미국)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무명’에 가까운 김지연(24·익산시청)은 칼을 왼쪽으로 휘두르는 척하다가 전광석화처럼 오른쪽을 노렸다.(콩트르 파라드) 상대의 찌르기를 튕겨낸 뒤 재빠르게 역습(콩트르 아타크)을 가했다. 반박자 빠른 베기까지 잇단 공격으로 13-13 동점. 세계 1위이며 올림픽 2연패를 한 재거니스는 내리 8점을 추격당하자 당황했고, 결국 15-13 역전극의 희생자가 됐다.

김지연이 2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펜싱 사브르 여자개인전 결승에서 소피야 벨리카야(러시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 세계 2위 벨리카야와의 결승전(15-9 승리)에서 메달이 결정됐지만, 재거니스와의 4강전 극적 드라마가 우승의 분수령이었다.

김지연도 재거니스와의 4강전을 고비였다고 지목했다. 그는 “재거니스는 (5~6차례 만나) 딱 한번 이겨본 상대다. 이기고 있다가 따라잡힌 적은 있어도 큰 점수 차를 뒤집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태극마크 1년차의 김지연은 육상과 태권도로 단련된 빠른 발과 순발력을 갖췄다. 하지만 런던에 가기 전 ‘잘해야 동메달’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대를 받지 못했다. 국제대회 개인전 우승 경력도 없다. 이 때문인지 “금메달을 만져봐도 실감나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 같다” “로또 맞은 기분”이라며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김지연은 2년 전 세계 174위의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그러나 김용율 대표팀 총감독(여자 사브르 전담)은 다르게 봤다. 투지가 넘쳤고, 들어오는 칼을 보는 ‘블레이드 센스’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올해 터키 안탈리아 국제월드컵 2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5위로 수직 상승했다. 김용율 총감독은 “최근 상승세라 금메달은 몰라도 내심 동메달 정도는 기대했다”고 말했다.

김지연은 “1회전부터 한명씩 이기자고만 다짐했다”며 “준결승에서 크게 지고 있을 때도 3-4위전으로 밀리기 싫어 악착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땄으니 펜싱은 내 인생의 전부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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