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앤 공주와 시상식서 입맞춤
승마장이 설치된 그리니치 파크는 15세기 영국 왕실이 즐겨 찾던 정원이다. 이곳 관중석에 윌리엄 왕자와 부인 케이트 미들턴, 해리 왕자 등 현 ‘영국 왕족’들이 모였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외손녀 자라 필립스(31)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함이었다. 필립스는 여왕의 딸인 앤 공주의 1남1녀 중 막내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3위의 공주다.
1일(한국시각) 열린 런던올림픽 승마 종합마술 단체전. 필립스가 속한 영국팀은 총 벌점 138.2점을 받아, 독일(133.7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영국의 네번째 메달이다. 단체전은 팀당 남녀 5명이 뛴 뒤, 벌점이 적은 상위 3명의 점수만 더한다. 필립스는 영국팀 5명 중 3번째로 벌점이 적었다. 그는 장애물 막대를 떨어뜨리는 등 벌점 7점을 받아서인지 “내 잘못으로 은메달을 땄다”고 자책하면서도, “어떤 메달이든 목에 거는 순간 가치있는 메달이 된다”며 좋아했다.
10대 시절 혀에 피어싱을 한 ‘튀는 공주’였던 필립스는 대학에서 승마과학과 물리치료를 전공할 만큼 승마에 애착이 컸다. 지난해 영국 럭비 국가대표 마이크 틴들과 결혼했지만, 승마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스폰서 계약 등의 이유로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성과 이름을 고수했다. 2006 세계선수권 종합마술 개인전 우승자이지만, 유독 올림픽 직전 애마의 부상으로 2004년·2008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은메달을 딴 뒤 “(2001년생 새로운 애마) ‘하이킹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이자, 1992년 앤 공주와 이혼한 마크 필립스는 1972년 뮌헨올림픽 종합마술 단체전 금메달, 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을 딴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날 시상자로 앤 공주가 나와 딸의 뺨에 입을 맞췄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승마 선수로 출전했다가 말이 넘어져 메달을 놓친 앤 공주로선, 딸의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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