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감독(오른쪽)이 지난 28일(현지시각) 공기권총 남자 1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의 메달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호랑이 같은 유도 정훈 감독
눈물 쏙 뺀 지옥훈련 이끌어
아버지 같은 사격 김선일 코치
눈빛만 봐도 ‘척’…믿고 지켜봐
눈물 쏙 뺀 지옥훈련 이끌어
아버지 같은 사격 김선일 코치
눈빛만 봐도 ‘척’…믿고 지켜봐
김재범(27·한국마사회·유도 81㎏)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매트 아래서 방방 뛰며 좋아하던 남자를 보았는가?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33·KT)가 두 팔을 벌리고 가장 먼저 다가가 안은 남자는? 전자는 유도 정훈(43) 감독, 후자는 사격 김선일(56) 코치다. 김재범이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따고 진종오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데는 ‘숨은 조력자’의 노력이 컸다.
김선일 코치와 진종오의 인연은 남다르다. 1990년대 50m 권총의 대표 선수였던 김 코치는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선후배 ‘룸메이트’로 진종오를 만났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진종오와 함께 50m 권총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우리 나이로 50살까지 선수생활을 한 그는 2004년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코치로 진종오 곁을 지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진종오의 메달 뒤에는 늘 김 코치가 있었다. 진종오는 “김선일 코치님이 있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간 성장을 봐왔으니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헤아림이 진종오의 금메달 획득에 힘이 됐다. 김 코치는 아버지처럼 인자하게 진종오를 지켜봐 주었다고 한다.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며 정신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김 코치는 “훈련 중에 뭔가 잘 안되는 것 같아도 일단 믿고 지켜본다”고 했다. 대신 혼자서도 답을 찾지 못할 땐 해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반면, 정훈 감독의 트레이닝은 엄격하다. 김재범은 “지옥 같은 훈련”이라고 표현했다. 400m를 1분 안에 들어오기로 정하고 선수 전원이 못 들어오면 다시 트랙을 돌게 하는 식이다. 열 바퀴를 돌면 구토가 날 정도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다시 다른 훈련을 해야 한다. 모든 훈련이 끝나면 고통스러워 잠 못 자는 선수도 있다.
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3위, 19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 1위 등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여느 종목보다 훈련이 힘든 유도를 계속해온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왕기춘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은퇴를 선언했을 때 그를 불러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혼내며 마음을 다잡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 감독은 조준호가 동메달을 딸 땐 함께 울고, 김재범이 금메달을 땄을 땐 방실거리며 좋아하던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누리꾼들 사이 인기도 높아졌다. 동그란 얼굴에 ‘곰돌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두 사람은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지휘자 자리를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학교(용인대)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고”, 김 코치는 “지방에서 어린 사격 선수들을 키우고 싶다”며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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