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억울한 판정에 눈물 나더라
물렁하게 하면 아시아 사람들 얕봐
내가 펜싱 메달 스타트 끊었으니
다른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을 것”
물렁하게 하면 아시아 사람들 얕봐
내가 펜싱 메달 스타트 끊었으니
다른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을 것”
“나도 빠른 편인데, 내가 꼬마랑 펜싱을 해도 1초 동안 절대로 네 번 찌르지 못한다.”
런던올림픽 펜싱에서 감격스런 첫 메달을 목에 건 최병철(31·화성시청)은 대표팀 후배 신아람(26·계룡시청)의 오심 사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판정에) 그나마 가장 피해가 적은 종목이 에페인데, 에페마저 그렇게 하다니…”라며 혀를 찼다.
최병철은 “(신아람에게) 억울한 판정나오니 저도 눈물이 막 나더라”며 “아람이는 아직 어리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좋은 경기를 했으니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메달이 유력한 종목에서 메달이 안나오고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내가 스타트를 끊었으니 다른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내가 땄으면 다 딸 수 있다”며 ‘맏형’ 답게 승리의 기쁨보다 후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는 또 “3등하고 축하를 받으니 쑥쓰럽다”며 겸손해했다.
- 동메달 딴 소감을 말해달라.
= (남)현희도 아쉬웠고, 아람이도 오심이 있었고, 펜싱에서 메달이 안 나오다가 첫 메달 딴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준결승전 끝나고 부모님께 전화하고 싶었는데 흔들릴까봐 못했다. 선수가 메달을 따면 지도자는 물러나 있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저 보다 더 고생한 (플뢰레) 이정현 코치에게 영광을 돌리겠다. 잘 끌어주시고.. 이번 올림픽 준비 과정이랑 메달은 당연히 부모님께 감사한데 이정현 선생님이 가장 고생 많았다.
- 14 대 14 동점에서 매치포인트 앞두고 긴박한 순간에 어떤 생각으로 임했나.
= 이기고 있다가 동점을 허용했는데도 희한하게 마음이 편했다. 1분 쉬는 동안 이정현 선생님이 기합 많이 넣어주시고 한 가지만 생각하라는 등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 14 대 13으로 이기고 있을 때 위험부담이 큰 공격을 했는데.
= 제가 원래 펜싱을 공격적으로, 와일드하게 한다. 1점 남았을 때는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는데 50 대 50의 위험부담이 있는 공격이라 웬만한 사람은 하기 힘들다. 여태까지 펜싱 그렇게 해왔다. 그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것 때문에 상대가 위축된 것 같다.
- 이번 메달로 한국 펜싱 대표팀 분위기 많이 올라갈 것 같은데.
= 메달이 유력한 종목에서 그동안 메달이 안 나왔다. 앞으로 내일도 있고 단체전도 있다. 내가 땄으니 (다른 선수도) 다 딸 것이다.(웃음) 긴장하면 안된다. 오늘 내가 스타트 끊었으니 다른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을 것이다.
- 준결승전에서 경고가 주어졌는데 판정에 아쉬움은 없나.
= 항의를 격하게 해서 그렇지 경고 받는 게 맞다.(웃음) 아쉬우니 최대한 항의하는 것이다. 혹시 결과가 바뀔지 모르니까. 정말 잘하는 선수들은 모두 이겨놓고 준결승에서 져 정말 아쉬웠다.
- 항의를 너무 강하게 한 것 아닌가.
= 세게 항의해야 심판도 함부로 못한다. 펜싱은 선수와 선수의 싸움이지만 심판과의 심리전도 있다. 그래야 다음번에는 심판에게 불이익을 덜 받는다. 물렁하게 하면 특히 아시아 사람들을 얕본다. 가장 피해보지 않는 종목이 그나마 에페인데, 그걸 또 그렇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위를 했는데 이번에 동메달을 땄다. 무엇이 달라졌나.
=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베이징올림픽 때는 운이 없었다. 그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의 오타 유키한테 14-13으로 이기다가 14-15로 역전패했다. 그 선수가 고비였다. 그 선수 이겼으면 결승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충격이 너무 심해서 고생 좀 했다.
- 신아람 선수에게 해줄 얘기는?
= 경기 결과는 이긴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저랑 꼬마랑 펜싱을 해도 1초 안에 네 번 찌를 수 없다. 나도 빠르다고 자부하는데. 많은 사람이 격려해줬으면 좋겠다. 아람이는 아직 어린데 이런 큰 무대에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좋은 경기 했으니 눈이 트이고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
- 런던올림픽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 오늘이 7월 말일인데, 올해 7개월 동안 태릉에서 30분 거리인 경기도 성남 집에 서너 번 밖에 못 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운동했다. 어떤 스포츠건 다 힘든데, 펜싱도 힘들다. 그런데 억울한 판정 나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 지금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올림픽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은.
= 지금은 빨리 가서 쉬고 싶다. 올림픽 끝나고 나서는 결혼해야 한다. 집에서 결혼하라고 난리다.
- 여자친구는 있나?
= 없다. 하지만 구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웃음)
- 어떤 스타일 좋아하나.
= 아 그런 것 아니다.(큰 웃음) 동메달 땄다고 이걸 빌미로 구혼하고 싶지 않다.(웃음)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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