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으로 지어진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영국 여성들은 발랄하게 점프하며 취재에 응해 주었다.
이길우 선임기자
[이길우 기자의 런던 클로즈업]
③ 런던 주경기장
③ 런던 주경기장
조립식 구조물이다. 페인트질도 엉성하다. 전깃줄과 연결 볼트가 거칠게 노출돼 있다. 철관과 플라스틱, 합판과 천막 등을 종합적으로 맞춰 놓았다. 마치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막 조립한 세트장 같다. 사실 세트장이 맞다. 운동선수라는 배우들이 몇년간 최선을 대해 익힌 ‘연기’를 서로 겨루는 경연장이 바로 올림픽 아니던가.
2012 런던올림픽은 그동안 올림픽을 연 국가들이 가지고 있던 고민을 파격적으로 해결한 기념비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한달가량 사용하고 콘크리트 괴물로 남아, 엄청난 유지비를 잡아먹는 주경기장의 거품을 걷어낸 획기적인 발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전 올림픽의 상식은 주경기장의 웅대함이었다. 일단 규모로 세계를 경악시켜야 했다. 대회가 끝나고 재활용 여부는 ‘사치스런 걱정’이었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더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았다. 세번째 올림픽을 치르는 데서 나온 노련함일까? 8만석 규모의 주경기장을 9000억원 들여 새로 짓기는 했으나, 대회가 끝나자마자 5만5천석을 없애고, 2만5천석 규모의 슬림한 경기장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주경기장을 건설하는데, 폐가스관을 녹여 철근으로 사용했고 재활용품을 사용해 의자를 만들었다. 베이징 주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철근의 4분에 1 정도가 사용됐다. 첨단공학을 동원해 안정성 있게 만든 것은 물론이다.
1863년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만든 영국인들의 뛰어난 건축 설계술과 적자를 피하려는 ‘영악한 현명함’에 접합되며 기상천외한 주경기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경기장뿐 아니다. 태권도·유도·펜싱 등이 열리는 ‘엑셀 런던’은 서울의 코엑스 같은 대형 칸막이 공간이다. 그 실내의 건조한 분위기에 선수들의 땀이 어색할 지경이다. 근대5종과 승마·트라이애슬론 등은 런던 중심의 공원에서 열린다. 그저 있는 대로 쓰는 것이다.
29일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헬렌 카펜터스(24·사진 맨 오른쪽)는 “비록 한달 뒤엔 저 웅장함이 사라지지만, 그것은 영국인의 자랑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런던올림픽은 흑자일까? 천만에. 100억달러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길우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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