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주 사용 45파운드 활 비 올때 적중도 높아
결승전 연속 5발 10점…예선전 21위 부진 씻어
“선수 선발 잘못된거 아니냐” 소리에 마음고생
결승전 연속 5발 10점…예선전 21위 부진 씻어
“선수 선발 잘못된거 아니냐” 소리에 마음고생
결승이 시작되자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다. 먼저 사대에 선 한국 선수들은 이성진(27·전북도청)이 7점,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가 6점을 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국내에서 악천후에 대비한 훈련을 많이 했지만 런던의 변덕스런 날씨가 한국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비바람에도 흔들림없이 활을 쏜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예선 순위전(랭킹 라운드)에서 21위에 머물며 ‘미운오리’ 취급을 받던 최현주(28·창원시청). 대표팀 맏언니지만 처음 태극마크를 단 늦깎이다. 상비군이나 주니어 대표 경력도 없고 지난해 전국체전 개인전 3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다. 그런 그가 경험 많은 선수도 심장 떨리는 올림픽 결승 무대에서 일을 냈다.
[김동훈 기자의 런던 이순간]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3인방 인터뷰
2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 최현주는 2엔드부터 4엔드 첫발까지 연속 5발을 10점 과녁에 꽂으며 한국이 중국을 210-209,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여자양궁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한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7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성진(27·전북도청)은 2004 아테네올림픽 단체전에 올림픽에서 두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한발에서 승부가 갈린 극적인 경기였고, 최현주는 승리에 확실한 밑돌을 놓았다. 한국은 201-209에서 마지막 주자 기보배가 9점을 쏘며 극적인 승부를 마감했다. 기보배는 경기 뒤 “10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다”며 “9점만 쏘면 이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간신히 태극마크를 단 최현주가 아니었다면 금메달은 물거품이 될뻔했다. 장영술 총감독도 “최현주가 정말 잘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주의 끊임없는 노력이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는 그의 좌우명대로였다.
‘기적’의 비밀은 무거운 활에 숨어 있었다. 이성진과 기보배가 40파운드짜리 활을 사용하는 반면 키 172㎝, 64㎏으로 체격이 큰 최현주는 45파운드짜리 활을 즐겨쓴다. 백웅기 여자대표팀 감독은 “활이 가벼우면 비바람 때문에 표적지를 향하다가 가라앉거나 뜨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활이 무거우면 안정적으로 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현주는 국내에서도 비만 오면 잘 쐈다”며 “오늘 궂은 날씨라 최현주가 일을 낼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현주는 국내 선발전에서 한때 6위까지 처졌다가 비바람이 몰아친 경남 남해와 충북 진천에서 열린 평가전 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막판에 런던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최현주는 금메달을 딴 뒤 “어깨 부상 때문에 예선 라운드에서 부진해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실 그는 남들보다 무거운 활을 쏘는 탓에 어깨 부상이 잦았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도 왼쪽 어깨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어깨 뼈끼리 부딪치는 ‘충돌 증후군’을 약물로 치료했지만 어깨가 느슨해진 느낌이 들면서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 무던히도 애를 먹었다. 일부에선 자신을 겨냥해 “선수 선발을 잘 못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려 이중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다행히 예선 순위전 후반부부터 경기 감각을 되찾았고, 결국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에 귀중한 금메달을 선사하는 데 앞장섰다.
최현주가 연거푸 10점을 쏘는 동안,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는 날이 개면서 양궁 표적 너머 하늘에 쌍무지개가 떴다. 마치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최현주를 반기기라도 하듯이.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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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기보배, 이성진(왼쪽부터) 선수가 30일 새벽(한국시각) 2012 런던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1점 차로 누르고 ‘올림픽 7연패’ 위업을 이룬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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