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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아픔’ 날린 10.8…진종오, 금보다 빛난 집중력

등록 2012-07-29 20:14수정 2012-07-29 22:50

진종오 선수가 28일 오후(현지시각)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메달을 깨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종오 선수가 28일 오후(현지시각)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메달을 깨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사격 첫 올림픽 2연속 우승
줄곧 앞서다 여섯발째부터 흔들
“베이징·아테네 때 아쉬움 안돼”
역전 허용 위기서 마지막 10.8점
자력 우승 확정 뒤 두 주먹 ‘불끈’

“너무 힘들게 경기를 풀었는데, 1등 하는 순간 해소가 됐다.”

금메달을 딴 진종오(33·KT)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떠올리며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출발은 좋았다. 흔한 말로 ‘먹고 들어갔다’. 588점의 가장 높은 점수로 본선 1위. 2위(586점)와는 2점 차. 소수점으로 명암이 엇갈리는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는 결선을 앞두고 여유가 있었다.

드디어 결선. 진종오는 2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 사대에 섰다. 첫발부터 다섯발까지 모두 10점 이상을 쏘며 2위와의 격차를 4.4점까지 늘렸다.

금메달이 눈앞에 너무 빨리 다가온 탓이었을까. 진종오는 여섯번째 사격부터 몹시 흔들렸다. 6~9번째 발에서 9.3, 9.0, 9.4, 9.7을 찍었다. 그 사이 루카 테스코니(이탈리아)가 10.7, 10.7, 10.5, 10.5를 쏘며 무섭게 쫓아왔다. 그나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팡웨이(중국)가 줄곧 2위를 달리다가 덩달아 죽을 쑤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2위 테스코니와의 점수 차는 1.3점. 하향세가 뚜렷한 진종오가 9점 이하를 쏘고 상승곡선의 테스코니가 10.4점 이상을 쏘면 금메달은 물건너가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진종오가 9.7점 이상만 쏘면 테스코니가 만점을 쏜다고 해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10m 우승 표적지>
<10m 우승 표적지>

이제 남은 사격은 단 한 발. 진종오는 “마지막 발을 쏘기 전에 ‘아테네와 베이징 때처럼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 7번째 격발에서 어이없이 6.9점을 쏘는 바람에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마지막 10번째 사격에서 8.2점을 쏘는 실수를 했다.

드디어 발사. 총알이 표적지 중앙에 박혔다. 10.8. 진종오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한국 응원석을 향해 승리의 브이(V)자를 그려 보였다. 지옥에서 벗어나 환희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결선에서 100.2점을 쏜 진종오는 본선 점수 588점을 더해 합계 688.2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 금메달에 이어 한국 사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50m 권총 은메달을 땄던 진종오는 또 레슬링 박장순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낸 역대 두번째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진종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베이징올림픽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금메달”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딴 뒤 조직위의 영어 인터뷰에서 떠듬거리다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도망가듯 도핑장으로 향한 진종오는 잠시 뒤 외국 어린이의 사인공세에 연방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이들은 진종오의 목에 걸린 ‘왕’금메달(지름 85㎜, 무게 400g)을 만지작거리며 신기해했다.

11월 아빠가 되는 진종오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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