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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65살 승마 현역 그의 10번째 ‘올림픽’

등록 2012-07-27 19:37수정 2012-07-28 13:48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입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10번째 올림픽’ 이언 밀러

이언 밀러

역대 최다출전 갈아치워

캐나다선수단 기수 활약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8월18일 홍콩 올림픽승마경기장. 장애물 비월(일련의 장애물을 제한된 시간 안에 넘는 종목) 단체전에 출전한, 60살을 넘긴 한 노신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로서는 무려 9번째 올림픽 도전 무대였다. 그동안 메달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지만, 그는 팀 동료들과 함께 이날 은메달을 합작해내며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8전9기’ 끝에 처음 일궈낸 메달. 그는 감격에 겨워 동료들을 얼싸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노신사한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캐나다는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금메달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장애물 비월 단체전 메달을 수확하는 경사를 맛봤다.

그 노신사가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다. 주인공은 캐나다의 이언 밀러. 이제 만 65살이다. 25살이던 1972년 뮌헨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서방국가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만 빠졌을 뿐, 9개의 올림픽 무대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 출전으로 그는 오스트리아의 후베르트 라우다슐(요트)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여름올림픽 최다출전(9회·1964년 도쿄올림픽~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8월6일 단체전에 출전한 뒤 8일에는 개인전에 나설 예정이다.

40년간 올림픽에 단골로 출전한 덕에 그는 ‘캡틴 캐나다’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개막식 때 281명의 캐나다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영광을 안았다. “올림픽 10회 출전은 대단한 일(great thrill)이다. 나는 결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여행이 전부였다.” 그는 이렇게 감회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기수로 나선다는 것은 환상적인 영광이며, 승마계에는 대단한 축복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m75, 76㎏의 체구인 밀러의 애마는 ‘스타 파워’.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은메달도 그와 함께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온타리오주 퍼스의 작은 도시 근처에서 밀러 브룩 팜이라는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승마계에서는 전설적인 존재. 1996년 캐나다 스포츠 명예의 전당 회원의 영예를 안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장애인 투혼’ 나탈리 뒤투아

나탈리 뒤투아
나탈리 뒤투아

왼발이 할 일까지 왼팔로

“자유형 10㎞, 5위 들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수영 10㎞ 결승전.

나탈리 뒤투아(남아프리카공화국·28)는 출발대에 선 선수들 사이에서 한쪽 다리로 앉아 있었다. 외발 수영 선수에 안쓰러운 시선이 쏠렸다.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비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이 경기에서 2시간49초9로 16위(총 25명)를 기록하며 단숨에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1위 라리사 일첸코(러시아)보다 불과 1분22초2 뒤졌다. 뒤투아는 경기가 끝난 뒤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갈망한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룬 나는 진정한 챔피언”이라며 “2012 런던올림픽에 반드시 참가해 5위 안에 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뒤투아는 8월9일 저녁 8시(수영 여자 10㎞) 5위 진입이라는 또다른 꿈에 도전한다.

어쩌면 그날. 그가 수영을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운명이 달라졌을까? 14살 때부터 남아공 수영 국가대표로 촉망받던 뒤투아는 16살이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대비해 훈련에 매진했다. 2001년 2월의 어느 날 오전 훈련을 마치고 스쿠터로 등교하다가 자동차에 치여 왼쪽 다리가 으스러졌다. 7일간 티타늄 막대 삽입, 엉덩이 근육 이식 등 가능한 의료기술을 총동원했지만,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절망을 이겨낸 건 특유의 긍정적 사고였다. “한쪽 다리가 없다고 왜 수영을 못해? 그나마 수영할 수 있을 만큼의 다리가 남아 있어 다행이야.” 3개월 만에 다시 걷기 시작했고 5개월이 지나서는 물에 뛰어들었다.

그는 장애인 수영 선수로는 세계 최강.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008년 올아프리카 경기에서는 비장애인 선수와 겨뤄 800m 자유형에서 우승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10㎞로 종목을 바꿨다. 한쪽 다리로는 정상적인 발차기가 불가능해 짧은 거리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오른쪽 다리로만 물을 차면 몸이 왼쪽으로 기우는 단점을 왼팔 스트로크(팔로 물을 긁는 동작)를 더 강하게 하며 왼팔이 왼발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웬만한 사람도 중도 포기하는 수영의 마라톤. 장애를 정면돌파한 집념이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뒤 언론 인터뷰에서 “물속에서 난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뒤투아의 방에는 ‘인생의 비극은 목표에 못 미친 것이 아니다. 비극은 도전할 목표를 갖지 못한 것’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고 한다. “지금 당신의 모습이 어떻든, 어떤 일이 생겼든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말하며 오늘도 의족을 벗는 뒤투아의 도전이 아름답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우디 여성’ 사라 아타르

사라 아타르
사라 아타르

IOC 배려로 특별 출전권

모든 나라 여성참여 기록

소녀는 달리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1993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을 가진 아버지 때문에 이중국적자 신분이 된 소녀는 달리는 게 좋았다. 트랙에만 서면 세상은 공평했고, 여성이라는 굴레 따윈 떨쳐버릴 수 있었다. 사우디인이자 동시에 미국인인 소녀는 히잡으로 자신을 감추지 않았다. 짧은 반바지와 배꼽이 드러난 셔츠를 입고 보란 듯이 뛰었다. 사우디의 모든 여성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면. 사우디 여성 최초의 올림픽 참가 선수 사라 아타르(19)는 그렇게 사우디 여성의 금기를 깼다. 아타르의 참가로, 런던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한 나라도 빠짐없이 모든 국가의 여성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가 됐다. 아타르는 12일(새벽 4시) 여자 육상 800m에 도전한다.

아타르의 주종목은 1500m와 3000m. 재학중인 페퍼다인대학(말리부 해안 근처) 소속으로 올해 두번 큰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이 신통찮았다. 1500m에서 5분30초51, 3000m에서 11분37초41을 찍었다. 올림픽 출전 B기준 기록(1500m 4분8초09)에 한참 뒤지지만 출전 선수 영역을 넓히려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배려로 출전권을 얻었다. 3000m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다. “사우디 여성 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은 엄청난 영광입니다. 나의 출전이 더 많은 여성들이 스포츠에 발을 담그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자크 로게 위원장은 아타르의 출전에 대해 “스포츠에서 완벽한 남녀평등을 이루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이번에 모든 나라가 여성 선수를 내보낸 것은 여성 스포츠 발전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끝이 아니다. 아타르는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한걸음 물러섰다. 사우디 대표 선수가 되는 순간 배꼽티를 벗고 긴소매 옷을 갈아입었다. 히잡도 썼다. 사우디 여성에 대한 과한 관심이 우려되어 페퍼다인대학 누리집(홈페이지)에 있는, 반바지를 입고 뛰는 사진도 삭제했다. 소녀는 이제야 비로소 실감할 것이다. 사우디 여성들이 생각보다 더 탄탄한 굴레에 갇혀 있구나. 그리고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는지. 그리고 자신과 같은 입장의 동료들을 보며 힘을 낼 것이다. 아타르의 출전 확정에 뒤이어 함께하게 된 사우디 여성 선수 우즈단 알리 세라즈 압둘라힘 샤흐르카니(유도 78㎏), 카타르의 바히야 하마드(사격), 브루나이의 마지아 마후신(육상). 전세계 여성들이 도전에 자유로울 수 있는 그날을 가슴에 품고 아타르는 지금 출발대에 섰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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