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언더우드(미국·여자복싱), 박태환(한국·수영), 이언 밀러(캐나다·승마), 나탈리 뒤투아(남아공·여자수영), 사라 아타르(사우디·육상) 왼쪽부터
“올림픽 금메달은 여정의 시작이지, 끝은 아닙니다. 챔피언 자리는 따내는 게 아니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퀸 언더우드(29·미국)가 지난해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자신의 누리집(QueenUnderwood.com)에 남긴 말이다. 퀸의 목소리는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얘기했던 올림픽의 이상과 맞닿아 있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올림픽이 국가간 국력 과시의 전시장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홍보전장으로 바뀌면서 올림픽 정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높지만, 여기 5명의 영웅이 ‘인간의 완성’이란 올림픽 이상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다.
퀸의 올림픽은 ‘또다른 시작’ 그 출발점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던 과거를 딛고 “두번째 인생”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여성 복싱 라이트급(60㎏)에 출전한다.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지만 금메달은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3·대한민국)에게 이번 올림픽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한때 물을 무서워하던 소년이었던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세계신기록을 써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종목 2연패를 벼르고 있다.
사라 아타르(19·사우디아라비아)에게 올림픽은 ‘금기 깨기’다. 그는 사우디의 첫 여성 올림픽 출전자다. 배꼽티에 반바지 차림이었던 소녀는 고국의 억압된 여성들을 대표해 여자 육상 800m를 달린다.
외발 수영선수 나탈리 뒤투아(28·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림픽은 ‘긍정’. 사람들이 안쓰러운 눈으로 절단된 왼쪽 다리를 볼 때도 그는 “수영할 수 있을 만큼의 다리가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는 이번에 여자 수영 10㎞에 도전한다.
노신사 이언 밀러(65·캐나다)는 10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승마 장애물 비월 단체전에 출마해 ‘8전9기’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그에게 도전은 계속된다.
누군가는 메달을 목에 걸고 누군가는 분루를 삼키고 돌아서야 하는 16일간의 여정. 하지만 영웅은 따로 없다. ‘인간 완성’에 도전하는 선수들 모두, 그리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당신들이 바로 영웅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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