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23·성남시청)
[이길우 기자의 런던 클로즈업]
② 권투 신종훈
② 권투 신종훈
바람이다.
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 않는다. 주먹 빠르기가 세계 최고다. 피하지 못하게 파고든다. 64년 전, 독립한 대한민국이 첫 국명을 내걸고 출전한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딴 한수안(1926~1998) 선배도 그랬다. 속사포처럼 치고 빠졌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적수는 없었다. 출전하면 우승했다. 환경미화원으로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효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악착스럽게 글러브에 집착했다. 남들은 헝그리 스포츠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웠다. 링에 올라가면 상대의 주먹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빨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력은 타고 났다. 지칠 줄 몰랐다. 그래서 즐겁다.
신종훈(23·성남시청)은 링을 즐길 줄 안다. 감량의 고통도 없다. 평소 라이트플라이급 한계 체중인 49㎏을 밑도는 몸무게다. 남들은 평소 체중의 10% 정도인 5~6㎏을 빼고 링에 올라가지만 신종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전 평소대로 하면 됩니다.” 25일(한국시각)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 캠프가 차려진 브루넬대학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준 신종훈은 ‘자신만만’이다.
한때 복싱은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메달 밭이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물러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이 금메달을 딴 뒤 24년간 한국은 ‘노골드’이다. 그나마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동메달 2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 개를 따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노메달의 치욕을 맛봐야 했다.
그런데 64년전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한수안 선배의 염원 탓인지 신종훈은 어느덧 세계랭킹 1위로 런던 땅을 밟게 됐다. 그에게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긴 중국의 쩌우스밍(31)은 세계랭킹 2위로 이번 대회 강력한 후보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복싱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적 영웅으로 존재하고 있는 쩌우스밍은 신종훈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 마치 중국의 태극권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이리저리 피하면서 상대를 요리한다. 창과 방패의 대결인 셈이다.
신종훈은 이번 대회에 우승하면 7년 사귄 여자친구에게 구혼을 할 작정이다. 가방에 단 소형 마스코트 복싱 글러브엔 “런던을 즐길까?”라고 쓰고 “사랑해 해인아”라고 마무리했다. “이제 목표지점에 거의 왔어요. 어찌 안 즐거울 수 있죠?” 그가 즐거운 이유였다.
런던/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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