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뜀틀)를 딛고 힘껏 날아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신기술 ‘양학선’을 시도했다. 그런데 회전이 덜 먹었다. 땅에 떨어졌다. 착지도 흔들렸다. 금메달을 놓쳤다. 사람들이 그를 외면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친한 형들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잠에서 깼다. 온몸이 식은 땀으로 범벅이다. 꿈이었다. 천만다행이다.
한국 체조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받는 양학선(20·한국체대). 그가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 탓에 최근 악몽을 꿨다고 털어놨다.
26일(이하 한국시각) 입촌식에서 만난 그는 꿈 얘기를 꺼낸 뒤 “런던에 와서 훈련이 한번 잘 안됐는데 그리고 나서 그 꿈을 꿨다”며 “지금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양학선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방법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는 “그 꿈을 꾼 뒤 기술이 되든 안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언제나 웃고 다니려고 한다”고 했다.
런던에 도착한 뒤 양학선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올림픽 체조경기장(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의 바닥 색깔이었다. 그는 “국제대회 경기장 바닥은 대개 파란색인데 이번에는 분홍색이더라”며 “처음엔 (도마를 향해) 달려가는데 몸이 뒤뚱거렸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적응이 잘 됐다”며 웃었다.
양학선은 이날 실전 무대에서 리허설을 가졌다.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중에서 세바퀴를 비틀어 도는 스카라 트리플(난도 7.0점)은 세번 시도해 두번 성공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신기술 ‘양학선’(난도 7.4점)은 아쉽게 실패했다. 그는 “그래도 연습에서 나왔으니 다행이다. 시합에서 나왔으면 낭패인데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터득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체전 예선에서는 ‘양학선’ 기술을 시도하지 않을 계획이다. 괜히 시도해서 실수하면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체조 남자 단체전은 28일 저녁 예선전이 펼쳐지고, 결승은 31일 새벽이다. 양학선의 도마 결승은 8월6일 밤 11시35분부터 열린다. 런던/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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