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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검을 찔러라’ 0.001초의 승부

등록 2012-07-24 15:45수정 2012-07-25 11:46

남현희(31.성남시청)
남현희(31.성남시청)
이길우 기자의 올림포토 인 런던 ① 펜싱 남현희의 ‘면벽 대결’
정말 넘기 어려운 산이 있다.
포기하고 싶었다.
아무리 기를 써 보아도 그 산은 오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바닥에 드러누어 전해오는 진동소리를 느껴본다.
심장 깊숙이 전해지는 상대 움직임의 파동에 몸을 맡겨 본다.
숨을 깊이 들이쉰다. 자꾸 그날 내 몸을 파고들던 날카로운 검의 진동이 뇌리를 자극한다.
잊으려 해도 의식 저 밑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눈을 감는다. 다시 시작이다. 철망 마스크 뒤에서 나를 노려보는 그 질긴 눈초리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시익’하고 옆구리로 상대 검이 들어오는 순간, 나의 검은 0.001초 빠르게 철망 마스크를 정면으로 찌른다. 눈을 뜬다.
서서히 일어나서 검을 든다.
이제는 흰 벽에 한 개의 점을 정한다. 검을 든 손을 가볍게 하고 그 점을 찌른다. 한번 찌르고 또 찌르고. 그 점은 점차 커진다.
그 점은 바로 발렌티나 베찰리(38.이탈리아)였다.

남현희(31.성남시청)
남현희(31.성남시청)
한국 펜싱의 간판 남현희(31.성남시청)는 23일(현지시각) 런던 엑셀 사우스1 아레나 훈련장에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1시간 30분 동안 스트레칭에 몰두했다.

온 몸의 근육과 관절을 정성을 다해 풀었다가 조였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약간의 달리기로 몸을 푼 뒤 ‘면벽 대결’에 들어갔다. 그리곤 짧은 시간 동료들과 검을 맞춰 본 뒤 짐을 쌌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몰두한 것이다.

남현희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가장 큰 벽인 베찰리를 넘어야 한다.베찰리는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20년 가까이 여자 플뢰레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 선수권대회 13번 우승, 유렵 선수권 9번 우승, 그리고 역대 올림픽에서 개인 최다인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이 생애 여섯 번째 금메달이다. 이제는 연륜에서 우러나는 노련함이 그 빠르디 빠른 검 끝에 농축되며 ‘천하 제일검’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길우 선임기자
이길우 선임기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남현희는 베찰리와의 결승 막판 역전 투슈(유효타)를 허용하며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다 잡았던 올림픽 금메달이 날아간 것이다. 베찰리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1승8패로 절대 열세이다.

그래서 남현희는 막판 훈련을 이미지 훈련에 치중하고 있다.

옛날 초절정의 검객 맞수들이 굳이 검을 섞지 않고도 서로 마주 본 채 승부를 끝났듯이, 남현희의 의식은 이미 베찰리를 극복하고 있다.

런던/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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