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의 전쟁…인간 한계를 넘는다
스포츠과학으로 본 메달 유력 선수들
스포츠과학으로 본 메달 유력 선수들
수영 박태환
물속에서 5초 동안 13m 역영
폐활량 7200cc 일반인의 2.4배 체조 양학선
공중에서 1.5초 동안 1080도 회전
2차땐 옆돌리기식으로 3바퀴 배드민턴 이용대
수비때 0.1초내 자동반응
옆으로 반복뛰기 20초당 51회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올림픽 모토는 인간 한계의 도전이다. 중력과 저항의 벽을 뚫는 선수들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수영의 박태환(23·SK텔레콤), 배드민턴의 이용대(24·삼성전기), ‘체조 천재’ 양학선(20·한체대)은 자연법칙을 거부한다. 런던올림픽 D-7.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뛰어오르려는 셋을 스포츠 과학 측면에서 접근한다. ■ 박태환의 물속 13m 2008 베이징올림픽 때 박태환의 잠영거리는 5m 수준이었다. 출발하거나 반환점을 돌 때 잠영을 하면서 두 발을 모아서 치는 돌핀킥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속에서 최대 13m를 추진해 나간다. 잠영은 물의 저항을 덜 받아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현재 돌핀킥 수는 잠영거리와 400m, 200m 코스에 따라 3~5회 정도를 한다. 비약적 발전이다. 잠영거리가 늘어나면서 팔을 휘젓는 횟수는 줄었다. 50m 구간 이후 평균 31~32회 정도 스트로크를 한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32~34차례 정도 했다. 눈에 띄게 향상된 근력과 유연성이 잠영거리를 늘렸다. 박태환은 2011 상하이세계선수권 때와 비교해 근력은 5~7%, 유연성은 15.5% 좋아졌다.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와 비교해서는 유연성이 22.4%나 높아졌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의 한계치를 끌어올렸다. 박태환의 장점인 폐활량도 한층 좋아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 폐활량이 6900㏄ 정도였는데, 지난 1월 쟀을 때 7200㏄였다. 일반인 평균 폐활량은 3000㏄이며, ‘산소탱크’로 불리는 박지성(축구)의 폐활량은 5000㏄다. 최악의 성적을 냈던 2009 로마세계선수권 때 박태환의 폐활량은 대략 6700㏄였다. 하지만 명예를 회복한 2011년 상하이선수권 때는 7070㏄까지 늘었다. 산소가 희박한 해발 1900m의 멕시코 고지에서 훈련한 덕을 봤다. 에스케이텔레콤 전담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체계적인 훈련을 이어온 박태환은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자유형 200m와 1500m에도 출전한다. ■ 양학선의 하늘 위 1.5초 출발 지점에서 구름판까지 초속 7.83m로 달려가 구름판을 밟고서 도마를 짚고 하늘로 솟구쳐 땅에 착지할 때까지는 대략 4초. 이 중 체공 시간은 1.3~1.5초. 그 짧은 시간 양학선은 무릎을 편 상태로 1080도(공중 3회전)를 돈다. 세계에서 양학선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공중돌기다. <에이피>(AP) 등은 “전무후무한 연기”라고 극찬한다. 이름마저 ‘양학선’ 기술인데, 난도(7.4점)가 다른 선수들 기술보다 0.2~0.4점 높다. 착지 때 구르지만 않는다면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차 시기에 ‘양학선’ 기술을, 2차 시기에는 ‘스카라 트리플’(난도 7.0점·옆돌리기 식으로 도마를 짚어 공중에서 세바퀴 돌기)을 연기한다.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양학선은 몸의 좌우 근육 밸런스가 거의 완벽하다. 수평속도를 수직속도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좋다”고 했다. 이어서 “양학선의 상체는 어깨가 좁고 중심으로 모여 있어 수직축에서 회전하기가 쉽다.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 장점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주위의 시선을 즐길 줄 아는 배짱도 두둑하다”며 양학선을 칭찬했다. 양학선은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 이용대의 0.1초 내 순간 반응력 최고 시속 320㎞의 상대 셔틀콕은 0.1초도 되지 않아 코트로 날아와 꽂힌다. 인간의 반응시간은 0.1초가 한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복훈련으로 몸을 외부 자극에 자동 반응하도록 해야 한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경기 때 셔틀콕만 보고 반응하면 늦는다. 상대 선수의 어깨, 라켓 움직임 등 몸 전체를 보고 셔틀콕의 방향을 예측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부단한 연구와 함께 민첩성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이용대는 지난 1월 체력측정 때 옆으로 반복뛰기(사이드스텝) 측정에서 20초당 51회를 성공했다. 남자국가대표 전체평균(49회)을 뛰어넘는다. 폐활량(5120㏄)도 박지성 못지않다. 성봉주 박사는 “이용대는 민첩성, 근력, 심폐지구력, 유연성이 뛰어나다. 어깨근 파워와 상체 근지구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는데, 보강훈련을 통해서 지금은 많이 회복됐다”고 했다. 이어 “어깨 힘이 늘어나면서 공격 성공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스매싱 횟수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체력 소모도 덜하고 있다. 부상에서 벗어나니까 자신감도 더 생겨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용대는 베이징올림픽 때 이효정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런던올림픽 때는 정재성(삼성전기)과 함께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이용대-정재성 짝은 현재 남자복식 세계 1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물속에서 5초 동안 13m 역영
폐활량 7200cc 일반인의 2.4배 체조 양학선
공중에서 1.5초 동안 1080도 회전
2차땐 옆돌리기식으로 3바퀴 배드민턴 이용대
수비때 0.1초내 자동반응
옆으로 반복뛰기 20초당 51회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올림픽 모토는 인간 한계의 도전이다. 중력과 저항의 벽을 뚫는 선수들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수영의 박태환(23·SK텔레콤), 배드민턴의 이용대(24·삼성전기), ‘체조 천재’ 양학선(20·한체대)은 자연법칙을 거부한다. 런던올림픽 D-7.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뛰어오르려는 셋을 스포츠 과학 측면에서 접근한다. ■ 박태환의 물속 13m 2008 베이징올림픽 때 박태환의 잠영거리는 5m 수준이었다. 출발하거나 반환점을 돌 때 잠영을 하면서 두 발을 모아서 치는 돌핀킥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속에서 최대 13m를 추진해 나간다. 잠영은 물의 저항을 덜 받아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현재 돌핀킥 수는 잠영거리와 400m, 200m 코스에 따라 3~5회 정도를 한다. 비약적 발전이다. 잠영거리가 늘어나면서 팔을 휘젓는 횟수는 줄었다. 50m 구간 이후 평균 31~32회 정도 스트로크를 한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32~34차례 정도 했다. 눈에 띄게 향상된 근력과 유연성이 잠영거리를 늘렸다. 박태환은 2011 상하이세계선수권 때와 비교해 근력은 5~7%, 유연성은 15.5% 좋아졌다.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와 비교해서는 유연성이 22.4%나 높아졌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의 한계치를 끌어올렸다. 박태환의 장점인 폐활량도 한층 좋아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 폐활량이 6900㏄ 정도였는데, 지난 1월 쟀을 때 7200㏄였다. 일반인 평균 폐활량은 3000㏄이며, ‘산소탱크’로 불리는 박지성(축구)의 폐활량은 5000㏄다. 최악의 성적을 냈던 2009 로마세계선수권 때 박태환의 폐활량은 대략 6700㏄였다. 하지만 명예를 회복한 2011년 상하이선수권 때는 7070㏄까지 늘었다. 산소가 희박한 해발 1900m의 멕시코 고지에서 훈련한 덕을 봤다. 에스케이텔레콤 전담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체계적인 훈련을 이어온 박태환은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자유형 200m와 1500m에도 출전한다. ■ 양학선의 하늘 위 1.5초 출발 지점에서 구름판까지 초속 7.83m로 달려가 구름판을 밟고서 도마를 짚고 하늘로 솟구쳐 땅에 착지할 때까지는 대략 4초. 이 중 체공 시간은 1.3~1.5초. 그 짧은 시간 양학선은 무릎을 편 상태로 1080도(공중 3회전)를 돈다. 세계에서 양학선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공중돌기다. <에이피>(AP) 등은 “전무후무한 연기”라고 극찬한다. 이름마저 ‘양학선’ 기술인데, 난도(7.4점)가 다른 선수들 기술보다 0.2~0.4점 높다. 착지 때 구르지만 않는다면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차 시기에 ‘양학선’ 기술을, 2차 시기에는 ‘스카라 트리플’(난도 7.0점·옆돌리기 식으로 도마를 짚어 공중에서 세바퀴 돌기)을 연기한다.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양학선은 몸의 좌우 근육 밸런스가 거의 완벽하다. 수평속도를 수직속도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좋다”고 했다. 이어서 “양학선의 상체는 어깨가 좁고 중심으로 모여 있어 수직축에서 회전하기가 쉽다.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 장점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주위의 시선을 즐길 줄 아는 배짱도 두둑하다”며 양학선을 칭찬했다. 양학선은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 이용대의 0.1초 내 순간 반응력 최고 시속 320㎞의 상대 셔틀콕은 0.1초도 되지 않아 코트로 날아와 꽂힌다. 인간의 반응시간은 0.1초가 한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복훈련으로 몸을 외부 자극에 자동 반응하도록 해야 한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경기 때 셔틀콕만 보고 반응하면 늦는다. 상대 선수의 어깨, 라켓 움직임 등 몸 전체를 보고 셔틀콕의 방향을 예측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부단한 연구와 함께 민첩성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이용대는 지난 1월 체력측정 때 옆으로 반복뛰기(사이드스텝) 측정에서 20초당 51회를 성공했다. 남자국가대표 전체평균(49회)을 뛰어넘는다. 폐활량(5120㏄)도 박지성 못지않다. 성봉주 박사는 “이용대는 민첩성, 근력, 심폐지구력, 유연성이 뛰어나다. 어깨근 파워와 상체 근지구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는데, 보강훈련을 통해서 지금은 많이 회복됐다”고 했다. 이어 “어깨 힘이 늘어나면서 공격 성공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스매싱 횟수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체력 소모도 덜하고 있다. 부상에서 벗어나니까 자신감도 더 생겨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용대는 베이징올림픽 때 이효정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런던올림픽 때는 정재성(삼성전기)과 함께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이용대-정재성 짝은 현재 남자복식 세계 1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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