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을 향해 사이클 천재 조호성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날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기가 생긴다.
사이클 국가대표 조호성(38·서울시청)은 올림픽에 한이 맺혔다. 1999년 월드컵시리즈 포인트레이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네차례 출전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모조리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한국이 낳은 ‘사이클 천재’는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첫 출전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7위에 그쳤고, 절치부심하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1점 차로 4위에 머물렀다. 한국 사이클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아쉽게 놓쳤다.
2004년 아테네로 향하는 대신 경륜을 택했다. 2005년부터 47연승 기록을 세우며 ‘경륜 황제’가 됐다. 4년 연속 상금랭킹 1위로 10억 넘는 돈도 벌었다. 하지만 가슴은 늘 공허했다. 고뇌하는 그에게 뮤지컬 배우인 아내 황원경(32)씨가 큰 힘이 됐다. “아내가 그러더군요. 돈보다는 꿈이 더 소중하다고. 못다 이룬 꿈을 마음껏 펼쳐보라고.”
마침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이클 포인트레이스에서 39살의 호안 야네라스(스페인)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사나이는 결심을 굳힌다.‘그래, 나도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스위스 융푸라우로 향했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 훈련 장소가 있는 곳이다. 프랑스 대표팀 감독을 지낸 명장 자크 모리우와 결합했다. 하루 5시간씩 150㎞를 달렸다. 1년여 동안 페달을 밟은 거리가 12만㎞. 지구를 두바퀴 돈 셈이다. 그는 17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보다는 피로 회복 속도가 더디지만 정신력은 훨씬 강해졌다”고 했다.
올림픽 두번 실패 뒤 경륜 ‘외도’
“돈보다 꿈” 아내 조언에 복귀
“후회없이 마지막 불꽃 태울 것” 땀방울이 왼쪽 팔뚝에 떨어진다. 거기엔 아내와 두 아이의 영문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핸들을 잡으면 가장 잘 보이는 곳이죠. 눈만 감으면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25개월 된 둘째 준혁이와 함께 지낸 시간은 두달 남짓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차라리 아무 생각이 나지 않게 죽도록 훈련을 합니다.”
조호성이 출전하는 종목은 이번에 정식종목이 된 옴니엄이다. ‘다양함’을 뜻하는 프랑스어처럼 6종목(플라잉 랩, 포인트 경기, 제외 경기, 4㎞ 개인 추발, 15㎞ 스크래치, 1㎞ 독주)을 이틀 동안 치러 순위를 가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 능하다. 이번 올림픽부터 대륙별 쿼터제가 도입돼 유럽 선수가 8명만 참가하는 것도 청신호다.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트랙월드컵 옴니엄 경기에서 은메달을 땄다. 바로 런던올림픽이 치러질 벨로드롬경기장에서다. 3월과 6월엔 프랑스에서 열린 도로 대회에서 20대 선수들과 맞서 잇따라 우승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은 가능하고 당일(8월4~5일·현지시각) 몸상태에 따라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조호성의 라이벌은 호주의 글렌 오셰이(23)와 콜롬비아의 후안 에스테반 아랑고(26). 오셰이는 1월 3차 트랙월드컵과 4월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이고, 아랑고는 2차와 4차 트랙월드컵 우승자다. 하지만 조호성은 “(메달이) 불가능하다면 도전하지도 않았다”며 자신감에 넘쳐 있다.
28일 런던에 입성하는 그는 “올림픽은 내 사이클 인생 25년 동안 동경해 온 ‘꿈의 무대’”라며 “후회 없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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