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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국민 귀요미’ 연재 “키 더 컸으면…”

등록 2012-07-13 20:37수정 2012-07-16 13:58

손연재 선수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10위권 진출을 넘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12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엘지(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1’에서의 후프 연기 모습.    아이비(IB)스포츠 제공
손연재 선수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10위권 진출을 넘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12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엘지(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1’에서의 후프 연기 모습. 아이비(IB)스포츠 제공
[토요판] 커버스토리 / 손연재 선수와 나눈 대화
“런던에서 내 인생 최고의 성적을”
18살 악바리 리듬체조요정 인터뷰
▶ 가까이서 본 ‘국민 귀요미’ 손연재 선수는 귀엽지만은 않았습니다. 손연재의 말투는 ‘캡틴’ 박지성 선수처럼 차분했고, 런던올림픽을 향한 손연재의 의지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처럼 강렬했습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과연 세계 정상급 선수다웠습니다. 런던올림픽 D-13, 한국 리듬체조계는 기쁜 마음으로 18살 손연재의 비상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첫 올림픽 참가를 앞둔 18살 소녀의 눈이 반짝였다. 소녀의 꿈은 다음달 9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체조요정’으로 떠오른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의 이야기다.

오는 27일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손 선수에 대한 스포츠계 안팎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연숙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기술위원장은 “시합을 뛸수록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5위권 정도는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손연재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지난 4월 국제체조연맹(FIG)이 주최한 러시아 펜자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동메달(후프 종목)을 목에 걸었고, 5월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에서는 리본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손연재는 13일부터 15일까지 벨라루스에서 열리는 민스크월드컵에 참가해 올림픽 직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연습벌레’ 혹은 ‘멘탈갑’이라 불릴 만큼 강한 정신력과 열정을 지닌 손연재가 6월28일과 7월5일 두 차례에 걸쳐 <한겨레>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당시 손연재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노보고르스크센터에서 훈련중이었다.

-현재 몸상태는 어떤가요?

“리듬체조 종목에는 이런저런 부상이 많이 따르는 편이에요. 몸이야 항상 아프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참고 (훈련)하는 거예요.”

-특별히 약한 신체부위가 있나요?

“발목이요. 솔직히 리듬체조 선수들은 대부분 발목이 좋지 않거든요. 저 역시 틈틈이 물리치료를 받습니다.”

리듬체조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운동이다. 후프·공·곤봉·리본·줄 등 손으로 다룰 수 있는 기구(수구)를 이용해 매트 위에서 경기를 펼친다. 만 16살 이상의 선수가 참가하는 시니어대회에서는 5개의 수구 종목 가운데 돌아가면서 1개가 빠지는데, 2016년까지는 줄이 빠진다. 경기에서는 유연성·점프·밸런스·피벗(한 발을 축으로 체중을 싣고 회전함) 등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예술성을 평가한다.

리듬체조와 가장 비슷한 스포츠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다. 손연재의 백스플릿턴은 김연아의 비엘만스핀과 거의 같다. 둘 다 뒤로 들어올린 한쪽 다리를 머리 위에서 잡고 나머지 다리로 빙글 돈다. 얼음 위에서 연기하는 피겨는 유연성과 함께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반면, 리듬체조는 신체의 유연성을 좀더 중요하게 여긴다. 리듬체조 선수도 피겨 선수처럼 발목·무릎·허리·등에 자주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지난 3월29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센터에서 훈련중인 손연재 선수. 코치들로부터 성실하고 집중력이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비(IB)스포츠 제공
지난 3월29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센터에서 훈련중인 손연재 선수. 코치들로부터 성실하고 집중력이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비(IB)스포츠 제공

멋진 동작 위해 키 더 컸으면 좋겠어요

손연재는 올해의 대부분을 전지훈련 장소인 러시아에서 지냈다. 런던올림픽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2010년 러시아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외롭고 힘들어 운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체조강국 러시아의 훈련 환경에 적응하려 했고, 세계적 기량의 러시아 선수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낯선 땅에서 땀 흘리기를 2년, 손연재는 이제 “러시아가 한국보다 편하다”고 말한다.

-­러시아 선수들과도 잘 지내는 편인가요?

“같은 훈련장에서 훈련하니까 자주 마주치고 인사도 하죠.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어요. 하지만 서로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선수들끼리 자주 어울리는 건 힘들어요. 훈련 끝나면 약간 휴식을 취하고 잠들어버리거든요. 저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훈련·식사·휴식만 반복해요.”

- ­다른 나라 선수들도 와 있어요?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선수도 있어요. 일본 선수가 오기도 하고요.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전지훈련 온 선수가 많아요. 여기 20명 넘게 있는 것 같아요.”

-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와의 호흡은 잘 맞는 편인가요?

“저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돌봐주시는 코치님이에요. 정말 열정적이시고요. 제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이세요. 옆에 같이 있어주시면 뭔가 믿음이 생겨요.

12위가 한국 역대 최고… 10위권 결선진출 목표

-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됩니까?

“오전부터 저녁까지 훈련하는데 시간으로 계산해본 적은 없어요. 8~9시간쯤이요?”

- ­어떤 훈련을 하나요?

“프로그램 숙지훈련을 하기도 하고요. 안무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연기가 잘 안되는 날에는 점프나 피벗 등 기술연습을 하고요. 하루에 몇 시간씩 하다 보면 지칠 때가 많아요.” ­

- 후프를 가장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종목이 가장 자신있어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후프도 좋고요. 후프는 여러 관계자분들이 좋게 평가해주세요. 각 종목 모두 느낌은 비슷해요. 경기 전은 항상 긴장되거든요.”

- ­긴장을 풀기 위한 습관이 있다면서요?

“박수치듯 손바닥을 쳐요. 뭔가 집중해야 할 때 그렇게 하곤 해요.”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에서 후프·공·곤봉·리본 등 네 개의 종목을 뛴다. 종목마다 특징이 있다. 공은 선수의 유연성을 돋보이게 하는 수구다. 보통 느린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연기한다. 곤봉에는 경쾌한 배경음악이 주로 쓰이고, 리본 종목과 마찬가지로 피벗과 밸런스를 요하는 동작이 많다. 후프에서는 점프를 많이 한다.

올림픽에 걸린 메달은 개인종합과 단체경기 등 두개. 개인종합에는 24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6명씩 참가하는 단체경기에는 12개의 나라가 참가한다. 한국은 단체경기 출전권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리듬체조선수는 손연재가 유일하다.
곤봉 연기중인 어린 시절의 손연재(맨 왼쪽). 2010년 11월25~26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손연재. 공, 후프, 리본 연기 순이다. 신화
곤봉 연기중인 어린 시절의 손연재(맨 왼쪽). 2010년 11월25~26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손연재. 공, 후프, 리본 연기 순이다. 신화

올림픽 개인경기는 국제체조연맹이 주최하는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종목별 입상자를 가리지 않는다. 종목별 점수를 합산한 종합성적만으로 순위를 따진다. 기술적 실수를 평가하는 실시점수와 예술성과 연기구성의 난도 수준을 합산한 최종구성점수가 평가 기준이다. 지금까지 신수지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개인종합경기에서 기록한 12위가 한국 리듬체조가 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에서 예선 점수가 높은 상위 10명이 치르는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번 올림픽에서 손 선수의 목표는 뭔가요?

“어려서부터 꿈꿔온 무대이기 때문에 정말 설레요. 이번에 제 목표는 결선진출이에요. 하루하루 ‘인간 손연재’가 아닌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로만 살아가고 있어요. 올림픽은 저의 목표이자 꿈이었으니 이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롭고 힘든 시간이 있었어도 또 혼자 이겨내다 보니 더 강해진 것 같고요.”

- ­‘한국 선수 최초로 결선진출’이라는 목표, 이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요?

“솔직히 부담이 없다고 하면 이상하죠. 하지만 선수는 경기에서 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을 극복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사람들이 ‘너 러시아 체질이구나’

­- 올림픽이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가끔은 빨리 하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좀더 있다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반반이에요. 그래도 제가 가는 길이고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인 만큼 최대한 즐기려고 해요. 그저 올림픽이 다가올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과 정신력을 훈련에 집중해야겠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며 운동하다 보면 힘든 과정은 끝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끝나자마자 또다시 같은 길을 가야겠지만요.”

-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꼽는다면?

“모든 선수들이 경쟁하지 않을까요. 저 자신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어요. 좌절하냐 이겨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스스로를 잘 제어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누가 실수하지 않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최고로 집중하냐, 여기에서 승패가 달라질 테니까요. 집중력과 체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스스로를 단련해 온 손연재의 ‘악바리 근성’은 코치들도 인정했다. 변해심(52) 세종대학교 글로벌 지식교육원 체육과 교수는 첫눈에 손연재가 재목이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손연재가 처음 리듬체조를 배우기 시작한 5살 무렵이었다. “그때는 좀 통통했어요. 그런데 굉장히 유연하고 표현력이 좋았죠. 또 어린데도 잘하려는 욕심이 있더라고요.” 손연재가 서울 광장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부터 2년간 지도해온 김지희(42) 현 리듬체조 국가대표 코치도 손연재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연재는 지도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선수예요. 집중을 잘하고 할 일을 다하는, 될 때까지 했어요.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죠.” 손연재는 어려서부터 실력이 우수했다. 중3 때는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 주니어부문 개인종합에서 1위를 해 국내 리듬체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 ­외국에 나가 있으면 외롭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니 어쩔 수 없고, 그럴바엔 차라리 더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러시아 코치분들에게 ‘넌 러시아 체질이구나’라는 소리도 들었고요.”

-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엄마 윤현숙씨 품에 안겨 활짝 웃고 있는 어린 손연재.   윤현숙씨 제공
엄마 윤현숙씨 품에 안겨 활짝 웃고 있는 어린 손연재. 윤현숙씨 제공

“책 읽고 음악 들어요. 책은 예전에 읽었던 <시크릿>이 좋았어요. 최근엔 <101마리 달마시안>의 저자 도디 스미스의 <성안의 카산드라>를 읽었어요.(<성안의 카산드라>는 1930년대 영국 시골마을 배경의 한 소녀의 성장소설임)

- ­체중관리가 힘들다는데 하루 식단이 어떻게 되나요?

“훈련 기간에는 하루 세끼를 다 먹어요. 대회 기간에는 체중 관리를 위해 저녁에 최소한의 양만 먹거나 그냥 먹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체중이 늘면 점프도 부자연스럽고 경기력도 떨어지거든요. 오늘은 닭고기와 요구르트를 먹었어요.”

-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라면 등 먹고 싶은 음식 못 먹으면 스트레스도 받을 텐데요.

“당연히 받죠. 하지만 제 운명이잖아요. 리듬체조선수의 운명. 리듬체조를 포기하면 모를까, 제가 리듬체조를 하고 싶고 또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면 먹는 것은 포기해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한국에 오면 가끔 먹어요. 하하.”

손연재는 키 166㎝에 몸무게 45~46㎏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체형 일반 여성의 체지방 비율이 20% 안팎이라면 리듬체조선수의 체지방률은 4~9%대로 말랐다. 체중조절은 신체가 표현하는 선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해, 부상 발생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 체중을 실어 점프를 하고 회전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살이 찌면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가 가기 쉽다. 손연재도 음식을 많이 먹은 날에는 운동량을 늘려 체중이 늘지 않도록 열심히 ‘관리’한다.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선 꼭 메달 딸 거예요

손연재는 한국에 있는 송재형(44) 물리치료사와 카카오톡을 통해 몸상태를 점검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송 물리치료사를 러시아로 초청해 치료받았다. 송 물리치료사는 손연재가 운동하는 전후로 3시간씩 마사지를 하고 돌아왔다. “러시아에 가서 보니까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오른쪽 발목을 돌리는 동작이 많아졌더라고요. 발목하고 허벅지 뒤 근력을 강화하는 동작을 가르쳐주고 왔어요.” 송 물리치료사는 손연재가 어릴 때부터 그녀의 크고 작은 부상을 치료해왔다. 이번 런던올림픽에도 손연재와 동행한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조수경(42) 스포츠심리연구소 소장과 영상통화를 한다. 2010년 3월부터 손연재를 상담해온 조 소장은 손연재가 부담을 덜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도록 자신감 훈련, 이미지트레이닝, 집중력 훈련 등을 진행한다. 상담은 한시간도 걸리고 십분 만에 끝나기도 한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번씩 했는데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상담 횟수가 늘었다. 조 소장이 생각하는 손연재의 강점은 ‘끈기’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자신을 이기려는 욕구가 강해요. 순간순간 포기할 수도 있고 몸이 편하길 원할 때 포기할까 하는 고민을 하는데 고민을 떨쳐내고 다시 움직이는 거죠. 운동선수로서 가져야 할 성향으로 적합하지 않나 생각해요.”

- ­지금 18살인데, 4년 뒤면 22살이 되죠. 2016년 리우올림픽도 생각하고 있나요?

“네, 브라질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런던에서는 결선진출이 목표라면, 2016년의 목표도 정해져 있겠네요.

“그때까지 몸 관리 잘해서 꼭 출전해야죠. 저는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싶어요. 제가 리듬체조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은 올림픽 출전이었어요. 그 꿈이 이제 바로 앞에 다가와 있잖아요. 런던올림픽에서 참가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의 제 인생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런던올림픽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정점이 아닌 한 과정의 일부분이지만,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런던올림픽에서 결선진출을 이룬다면 브라질올림픽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꿈인 메달이 목표예요. 지금처럼 많이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오리라 믿습니다.”

- ­스스로를 평가할 때 자신의 장단점은?

“루시 디미트로바 안무가나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님이 저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해서 프로그램과 안무, 음악을 결정했어요. 표현력이 좋다는 말씀을 하세요. 저는 그냥 노력할 뿐이고요. 저는 아직 제 스스로에 대해 자랑할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항상 보완할 점을 찾고 노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체조선수 중 닮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우크라이나의 안나 베소노바와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카나예바요. 안나 베소노바는 ‘표현력의 여제’고 정말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해서, ‘아 사람이 저렇게 예쁜 동작을 만들어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현존하는 최고 선수인 카나예바는 ‘인간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의 고난도 동작을 구사해요. 제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절실함, 진실함이 묻어나면 심판들이 감명을 받는 느낌이 들어요. 훈련할 때 ‘리듬체조가 곧 나다’라는 생각으로 정말 절실하고 진실되게 하려고 집중해요. 예를 들면 ‘내가 곧 이 동작이고 프로그램이다’ 그런 느낌이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야 카나예바의 키는 174㎝, 동메달을 딴 베소노바는 168㎝다. 166㎝의 손연재는 “키가 커야 동작이 굵고 큰 느낌 동작이 멋있어보일 것 같다”며 앞으로 자신의 키가 더 크길 바랐다. 손연재의 말대로 리듬체조는 신체조건이 중요한 스포츠다. 하지만 늘씬한 서구적인 체형이 리듬체조의 전부는 아니다. 한때 북한의 리듬체조는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2007년 탈북한 이경희(40) 리듬체조 국가대표 단체팀 코치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 선수들이 더 잘했다”며 “요즘 한국 리듬체조 수준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저우에선 엄마 생일선물, 이번엔 아빠에게

-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선수생활이 끝나고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리듬체조 발전에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직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뭔가 리듬체조가 더 알려지고 환경이 좋아지기 위한 제 역할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일단 현재의 목표를 이루고 생각하려고요.”

- ­리듬체조를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였어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이요. 항상 가장 기쁜 기억을 하기보다는 기쁜 기억을 만들어가고 싶어요.”(손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11위를 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 가장 힘들었을 때는요?

“초등학교 때 갑자기 하기 싫어서 엄마한테 그만둔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라고 하셔서 일주일 정도 안 갔는데, 어느 날 제 발걸음이 훈련장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마음이 리듬체조를 원해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간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하게 됐죠.”

- ­런던 잘 다녀오세요.

“고맙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엄마 생일(11월21일)이랑 비슷해서 엄마 생일 선물로 좋은 성적 내서 오겠다고 했어요. 이번 올림픽은 아빠 생신(8월10일)이랑 비슷해요. 이번 올림픽에도 아빠 생일 선물로 꼭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

손연재는 리듬체조의 변방이던 한국에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한 선수다. 리듬체조계에서는 어린 선수가 부단히 노력해서 세계적인 실력을 갖추게 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손연재의 행보가 곧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가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연재가 그녀의 첫번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다고 해도 변치 않을 사실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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