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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20년 “태극마크는 내 몸”

등록 2012-07-12 19:51수정 2012-07-16 13:59

윤경신(39)
윤경신(39)
2012 런던을 향해 ㅣ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 윤경신
승부 흐름 바꾸는 ‘조커’ 구실 기대
“은퇴 못하는 건 첫 메달 미련 때문”

“태극마크는 내 몸의 일부입니다.”

윤경신(39)은 한국 남자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번 런던올림픽까지 남들은 한번 나가기도 힘든 올림픽에 다섯번이나 출전한다. 현역 선수로는 유일하고, 역대 선수 중에서도 이은철(사격), 허승욱(스키), 오성옥(핸드볼), 이규혁(스피드스케이팅)에 이어 5번째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중동의 편파 판정으로 탈락하지 않았다면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세울 뻔했다.

윤경신은 19살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처음 올림픽에 참가한 뒤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최석재 현 대표팀 감독은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룸메이트였다. 그는 “처음 올림픽에 나갔을 때는 은퇴할 때까지 딱 두번만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조카뻘 되는 선수들은 그를 “코치님”이라고 부른다. 1973년 7월7일에 태어난 그는 전체 한국 선수단에서도 최고령(만 39살)이고, 키(203㎝)도 가장 크다. 이번 올림픽에선 개·폐회식 기수까지 맡아 더욱 각별하다. 그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언제나 새롭다. 도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며 “이번엔 기수를 맡게 돼 더 설레고 긴장된다”고 했다.

윤경신(39)
윤경신(39)
윤경신은 한국보다 독일에서 더 유명하다. 1995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뒤 13시즌 동안 7차례나 득점왕(6회 연속 득점왕 포함)에 올랐다. 또 통산 최다득점(2908골), 한 시즌 최다득점(327골) 기록도 가지고 있다. 2006년 함부르크로 팀을 옮길 때 구머스바흐의 고별 경기에는 무려 2만명의 관중이 눈물로 자신들의 ‘영웅’과 이별했다. 그는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독일 쾰른시 스포츠올림픽박물관에는 윤경신의 유니폼이 걸려 있고 지금도 국제대회 때면 태극기를 들고 그를 응원하는 독일 팬들이 있다.

우리 나이로 불혹이지만 기량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전 대표팀 골키퍼 강일구(34·인천도시개발공사)는 “경신이 형의 슛은 옥상에서 내리꽂는 대포알 같다. 정말 무섭다”고 했다. 윤경신은 경기할 때 유니폼 두세 벌은 기본으로 준비한다. 상대 수비수들과의 거친 몸싸움에 유니폼이 찢어지기 일쑤이기 때문. 하지만 수비수 2~3명이 달라붙어도 그는 더욱 높이 날아올라 슛을 쏜다. 점프한 뒤엔 현란한 손목 움직임으로 슛 방향을 바꿔 상대 골키퍼의 예측을 빗나가게 한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3월 말부터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몸무게가 5~6㎏가량 빠졌다”고 했다. 최석재 감독은 “워낙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라 요령 피우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월드스타’로 우뚝 섰지만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선 득점왕에 오르고도 8강에서 헝가리에 졌고,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스페인에 막혀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 ‘올림픽 5수생’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딴 뒤 대표팀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주위의 간곡한 만류로 “몸의 일부 같은” 태극마크를 다시 가슴에 달았다. 윤경신은 “어쩌면 시원하게 은퇴하지 못하는 것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런던올림픽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그는 “후배들과 힘을 모아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는 런던올림픽에서도 팀의 절대적 존재다. 최석재 감독은 “60분 풀타임을 뛰기는 어렵지만 위기 때마다 코트에 들어가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조커’ 구실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표팀 후배들은 윤경신이 코트에 들어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대진 운은 최악이다. 세계랭킹 19위인 한국은 덴마크(4위), 세르비아(5위), 헝가리(7위), 스페인(8위), 크로아티아(10위)와 함께 ‘죽음의 B조’에 편성됐다.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1~4위 팀과 모두 같은 조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한번은 붙어야 할 팀들”이라며 “수없이 흘린 땀의 결실을 꼭 맺고 싶다”고 했다. 런던에서 국가대표의 피날레를 장식하려는 그의 얼굴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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