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국가대표 왕기춘
2012 런던을 향해 ㅣ 유도 73㎏ 왕기춘
상황 판단 빠른 타고난 승부사
국제대회 6회연속 우승 행진
"종합대회 징크스 이번엔 깰 것" 신선했다. 지난달 28일 낮 12시30분께 태릉선수촌 식당.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금메달 후보 왕기춘(24·포항시청)은 운동복이 아닌 티셔츠에 편한 반바지 차림이었다. “오전 훈련 끝내고 이제 막 잠들었는데 (인터뷰 때문에) 나왔어요.” 휴식을 방해한 기자가 미안해하자 굳었던 얼굴이 금세 함박웃음으로 바뀐다. 상대를 무장해제시킨다는 ‘왕의 미소’다. 런던을 향한 마음도 환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갈비뼈 부상으로 시작 13초 만에 ‘한판’을 당했다. 그 한을 풀려고 4년을 달려왔다. 그야말로 훈련과 휴식만 반복했다. “금메달을 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훈련했어요. 기대해주세요.” 준비 완료라는 뜻이다. 자신감은 위대한 과업의 첫 번째 요건. 두 번째는? ■ 힘+유연성 갖춘 ‘승부사’ 정훈 유도대표팀 감독은 왕기춘을 “타고난 승부사”라고 했다. 지고 있어도 끝까지 기다리며 침착하게 기회를 엿본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큰 무대에서 당황하면 끝인데 왕기춘은 그런 적이 없어요.”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는 ‘수사불패’의 좌우명처럼 더 담대해진다. 작고 허약했던 8살 때 유도를 시작해, 1년 만에 12㎏나 몸을 불린 속도감으로 빠르게 상대에 적응한다. 힘과 유연성은 기본. 상대를 업어칠 때는 손아귀의 힘과 디딤발, 허릿심을 동시에 써야 한다. 보통 사람은 잡기도 힘든 두툼한 도복의 깃을 보자기 잡듯 잡아챈다. 왕기춘은 “유도는 순발력과 폭발력, 체력 등이 다 좋아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개인 훈련 때는 사이클로 하체를 강화한다. 그는 “남은 한달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 뛰어난 머리 회전력 정훈 감독은 “왕기춘은 머리가 좋아 유도에 안성맞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유도는 작전이 필요하다. 순간순간 영리해야 한다. 심판의 페널티(반칙) 판정을 끌어내야 하고, 5분의 시간을 잘 배분해야 한다. 왕기춘은 “나는 유도가 아닌 이기는 유도를 한다. 작전을 잘 짠다”고 자평했다. 왕기춘의 경기 영상을 보면 매트에 서는 순간 뇌가 빠르게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경기 중에도 상대와 심판, 때론 시간이 적힌 전광판을 번갈아 쳐다보며 뭔가를 계산한다. “그냥 매트에 선다고 되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 몸이 알아서 반응하게 해야 한다.”
유도의 기본기술은 업어치기 등 96개지만 응용기술은 수백가지다. 적절한 시점에 꼭 맞는 기술을 걸어야 한다. 상대를 밀거나 오른쪽 어깨부터 45도 각도로 비틀어 내려칠 때도 정확하게 들어가야 한다. 왕기춘은 “유도는 처음엔 기본만 배운다. 자기 몸에 맞는 기술은 본인이 익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최고의 컨디션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그랑프리부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2월 독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까지 6회 연속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도 탈환했다. 그는 “부상당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종합대회 징크스를 깨는 것도 숙제다.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는 자주 거는 금메달을 두 번 나간 종합대회(광저우아시안게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만지지 못했다. “기분이 안 좋긴 하다. 징크스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시상대 옆 선수의 금메달을 보며 “저건 내 건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제 ‘내 것’을 찾을 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MB취임 5일전 007가방 3개에 1억씩 담아 전달”
■ 봉하마을 묘역, 세계 최대 건축잔치 초청받았다
■ 손학규 “반성없이 돌아온 참여정부” 문재인 비판
■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고릴라 탈 쓴 ‘아이러니’
■ [화보] 보령머드축제 ‘머드탕’으로 풍덩!
국제대회 6회연속 우승 행진
"종합대회 징크스 이번엔 깰 것" 신선했다. 지난달 28일 낮 12시30분께 태릉선수촌 식당.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금메달 후보 왕기춘(24·포항시청)은 운동복이 아닌 티셔츠에 편한 반바지 차림이었다. “오전 훈련 끝내고 이제 막 잠들었는데 (인터뷰 때문에) 나왔어요.” 휴식을 방해한 기자가 미안해하자 굳었던 얼굴이 금세 함박웃음으로 바뀐다. 상대를 무장해제시킨다는 ‘왕의 미소’다. 런던을 향한 마음도 환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갈비뼈 부상으로 시작 13초 만에 ‘한판’을 당했다. 그 한을 풀려고 4년을 달려왔다. 그야말로 훈련과 휴식만 반복했다. “금메달을 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훈련했어요. 기대해주세요.” 준비 완료라는 뜻이다. 자신감은 위대한 과업의 첫 번째 요건. 두 번째는? ■ 힘+유연성 갖춘 ‘승부사’ 정훈 유도대표팀 감독은 왕기춘을 “타고난 승부사”라고 했다. 지고 있어도 끝까지 기다리며 침착하게 기회를 엿본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큰 무대에서 당황하면 끝인데 왕기춘은 그런 적이 없어요.”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는 ‘수사불패’의 좌우명처럼 더 담대해진다. 작고 허약했던 8살 때 유도를 시작해, 1년 만에 12㎏나 몸을 불린 속도감으로 빠르게 상대에 적응한다. 힘과 유연성은 기본. 상대를 업어칠 때는 손아귀의 힘과 디딤발, 허릿심을 동시에 써야 한다. 보통 사람은 잡기도 힘든 두툼한 도복의 깃을 보자기 잡듯 잡아챈다. 왕기춘은 “유도는 순발력과 폭발력, 체력 등이 다 좋아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개인 훈련 때는 사이클로 하체를 강화한다. 그는 “남은 한달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 “MB취임 5일전 007가방 3개에 1억씩 담아 전달”
■ 봉하마을 묘역, 세계 최대 건축잔치 초청받았다
■ 손학규 “반성없이 돌아온 참여정부” 문재인 비판
■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고릴라 탈 쓴 ‘아이러니’
■ [화보] 보령머드축제 ‘머드탕’으로 풍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