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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맞고 하이킥 ‘독종 오뚝이’

등록 2012-07-01 19:48수정 2012-07-16 16:21

상대방의 얼굴을 노리는 고공 하이킥으로 황경선은 3연속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상대방의 얼굴을 노리는 고공 하이킥으로 황경선은 3연속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2012 런던을 향해 올림픽 3연속 진출 태권낭자 황경선
부상·재활 반복하며 금·동
최대 맞수는 영국의 스티븐슨
“후려치기로 통쾌한 설욕할 것”

항상 ‘그녀’가 계셨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두 딸을 모두 태권낭자로 키운 어머니는 특히 막내딸이 보배이자 큰 자랑거리였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흰 도복을 입은 위풍당당한 딸의 발차기를 직접 봐야 했다. 외국인들 틈에 앉아 목소리 크게 딸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면, 딸내미는 힘이 솟구쳤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3번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그녀의 딸이 처음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처럼 힘들다는 국내 선발전을 12년째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런던올림픽엔 딸을 주변에서 응원하기 어렵다. 당뇨 합병증으로 틈틈이 딸의 간호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딸은 어머니의 손을 굳게 잡으며 약속했다. “어머니 없어도 이제는 괜찮아요.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릴게요. 제가 없는 동안 건강하세요.”

여자 67㎏ 이하급 국가대표 황경선(26·고양시청)은 런던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어머니 조순자(52)씨의 병간호로 마음이 바쁘다.‘독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황경선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권왕 대회 준결승에서 황경선은 엄지발가락 인대를 다쳤다. 발가락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심한 부상이었다. 관장은 기권을 선언했다. 병원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황경선은 목이 터져라 울어댔다. 아파서 운 것이 아니었다. 결승에 나갈 수 있었는데 이를 막은 관장이 미워서 울었다.

베이징올림픽 때도 황경선의 독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왼쪽 무릎 연골판과 인대를 다친 황경선은 진통제를 맞고 절뚝거리며 준결승과 결승을 치렀다.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건 황경선은 말 그대로 ‘투지의 화신’이었다.

서울체고 시절, 최초로 고교생 국가대표로 뽑힌 황경선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쓴맛을 보았다. 국제무대 데뷔전인 1회전에서 중국 선수에게 패한 것이다. 다행히 패자부활전에서 어렵게 올라가 동메달을 따긴 했으나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2006년에 입은 무릎인대 파열도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물리치료와 사이클 등 지루한 재활운동의 결과로 베이징 티켓을 잡았다. 비록 금메달을 따긴 했으나 그 지겨운 재활운동을 다시 해야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엔 태극마크도 달지 못했다. 이제 뒤로 처진 한물간 선수였다. 특유의 ‘독기’가 발동했다.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이다.

무엇일까? 황경선의 독기는.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하다. 이미 50여차례 국제경기를 치른 황경선은 이름만으로도 상대방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무릎인대가 파열되고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장에 오르는 황경선의 눈빛에 이미 상대방은 오금이 저린다.” 김세혁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은 그런 황경선이 이쁘기만 하다.

황경선의 최대 맞수는 영국의 세라 스티븐슨(29). 지난해 5월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황경선은 스티븐슨에게 패배의 치욕을 맛보았다. 안방에서 당했다. 준결승전에서 스티븐슨의 왼발 돌려차기에 얼굴을 강타당하며 진 것이다. 이번에 네번째 올림픽 출전인 노장 스티븐슨을 이제 거꾸로 그의 안방에서 설욕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몸통 공격에 이은 얼굴 후려치기를 비밀병기로 개발했다. 아마도 화려하게 보일 것이다. 상대가 발을 드는 순간, 나의 발은 이미 그의 얼굴을 후려치고 있을 것이다.”

새로 도입된 전자호구는 강하게 타격해야 점수가 올라간다. 상대방 안쪽에서 위로 쳐 올라가 얼굴을 바깥쪽으로 후려치는 발차기로 황경선은 올림픽 3연속 메달, 2연속 금메달의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부터 몸통 공격은 1점, 얼굴 공격은 3점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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