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 일본에게 패배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사진 FIBA 제공
여자농구, 일본에 막혀 올림픽 5회 연속 진출 좌절
한 농구인은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요동쳐 끝까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또다른 농구인도 “한일전 역사상 이런 치욕이 또 있었겠느냐”고 했다.
1일 새벽(한국시각) 터키 앙카라 앙카라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2012 런던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패자 준결승전(5~8위전). 한국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일본에 51-79, 28점 차로 완패하며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이어져온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이겼어야 캐나다와 마지막 1장 남은 올림픽 티켓을 노려볼 수 있었던 한국은 그 꿈마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이 일본에 진 것은 2006년 12월 도하아시아경기대회 3-4위전(70-74)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역대 한일전 사상 최악의 졸전이었다. 한국은 1쿼터 시작 7분 동안 단 2점에 그쳤다. 2-23으로 벌어진 점수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되레 더 벌어졌다. 3쿼터가 끝날 즈음엔 29-63, 34점 차이가 났다. 일본이 다음날 열리는 5-6위전에 대비해 주전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뒤에야 점수 차를 28점으로 좁힐 수 있었다.
한국팀 특유의 조직력은 실종됐고, 실책을 23개(일본 6개)나 저질렀다. 프랑스와의 8강전 직후 20시간 만에 다시 코트에 나선 한국 선수들은 다리가 풀려 제풀에 넘어지곤 했다. 반면 한국팀에게 기대했던 빠른 공수전환과 속공은 되레 일본이 활용했다. 대표팀에 한국인 정해일 코치를 앉힌 일본은 한국팀 전력을 완전히 꿰뚫었다.
한국은 신정자(KDB생명)가 17점, 9튄공잡기를 기록했고 다른 선수들의 득점은 모두 한 자리 수에 그쳤다. 일본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한 포인트 가드 오가 유코가 25분만 뛰고도 20점을 넣고 튄공잡기와 어시스트도 6개씩 기록했다.
가뜩이나 신세계 해체와 김원길 총재 전격 사퇴로 진통을 겪고 있는 여자농구계는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멘탈 붕괴’에 빠졌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부터 시끌시끌했던 대한농구협회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릎 통증으로 1초도 뛰지 못한 아시아 최장신 하은주(29·2m2)의 발탁을 놓고도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체코, 크로아티아, 터키, 프랑스가 올림픽 본선 진출을 따냈고, 대회 마지막 날인 2일 일본-캐나다 경기의 승자가 막지막 1장 남은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한편 남자농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각)부터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한다. 12개국이 올림픽 출전 티켓 3장을 다투는데 한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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