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하키 주부선수 이선옥
2012 런던을 향해
여자하키 주부선수 이선옥
여자하키 주부선수 이선옥
여자하키 ‘주부선수’ 이선옥(31·경주시청)은 대표팀에서도 엄마 같은 존재다. 최종수비이자 주장으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을 이끈다. 결혼과 출산으로 두번이나 은퇴했다가 올림픽 메달을 위해 다시 스틱을 잡았다.
■ 네살배기 딸과의 이별
“엄마~! 서울 가지 말그라~ 경주서 하키하그라~.” 네살배기 딸(고강민)의 경상도 사투리가 앙증맞다. 엄마 가슴은 미어진다. 주말마다 겪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이선옥은 “내가 아이랑 떨어져 뭐하는 짓인가” 하고 생각한다.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경주발 서울행 고속열차(KTX)에 몸을 싣는다. 경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남편 고철윤(32)씨는 “평소 엄마를 찾지 않고 아빠와 잘 지내는 딸이 대견하다”고 했다. 이선옥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 각각 두차례씩 출전한 베테랑이다. 2005년과 2009년 잠시 스틱을 놓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컴백했다. 대표팀 수비의 핵으로 ‘하키의 홍명보’로 불린다. 넓은 시야로 볼 배급을 적절히 해주고 후배들의 위치도 잡아준다. 임흥신 여자대표팀 감독은 한마디로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라고 했다. 스쿠프(공중으로 띄우기), 히트(때리기), 푸시(밀기) 등 스틱을 다루는 기술은 세계 최고다.
스틱 다루는 기술 세계 최고급
수비의 핵 ‘하키의 홍명보’ 불려
네살 딸과 헤어질땐 가슴 미어져 ■ 턱뼈 골절로 양치질만 20분
상대 선수의 스틱이 이선옥의 턱을 강타했다. 턱뼈가 부러졌고 치아 예닐곱개가 부러지거나 빠졌다. 이선옥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챔피언스트로피 출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와의 연습경기에서 온몸으로 상대 슛을 저지하다가 ‘대형사고’를 당했다.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일 텐데도 그는 “아픈 것보다 열심히 훈련해 놓고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게 더 억울했다”고 했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악바리’ 근성이다. 1년이 지났지만 그의 치아엔 아직도 교정기가 채워져 있다. “양치질만 20분을 하고 웃을 때도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이달 안에 교정기를 떼고 런던에 갈 수 있어 좋다”며 웃음지었다.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6개월 동안 재활을 하면서 “이대로 선수생활이 끝나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래서일까.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법하지만 그는 되레 의연하다. “중요한 시기에 몸을 사리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임 감독은 이런 이선옥이 대견하다. 그는 “지인을 통해 산삼을 구입했는데 가장 좋은 것을 주장(이선옥)에게 줬다”고 했다. ■ 하키에 중독된 여자
이선옥은 “하키에 중독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을 하다가 하키 명문 김해여중에 입학하자마자 “신기하고 멋있어 보여” 스틱을 잡았다. 20년 동안 하키를 하면서 “훈련이 너무 힘들어 도망도 많이 갔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해도 자꾸 하키 생각이 났고, 중독처럼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이제 남은 꿈은 올림픽 메달. 여자하키는 최근 상승세다. 세계랭킹은 8위지만 올해 초 아르헨티나 4개국 대회에서 세계 2위 아르헨티나, 4위 영국, 6위 뉴질랜드를 모조리 꺾고 우승했다. 또 이달 초 국내 전지훈련을 온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도 4전 전승을 거뒀다. 런던올림픽에선 일단 4강을 목표로 삼았다.
이선옥은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대표팀에서 은퇴한다. 하지만 소속팀 경주시청에서는 “즐기면서 더 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큰 힘이다. 곧 런던으로 떠날 아내에게 “강민이는 내가 잘 돌볼 테니 올림픽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아내는 “강민이 목에 올림픽 메달을 걸어주겠다”고 화답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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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서울 가지 말그라~ 경주서 하키하그라~.” 네살배기 딸(고강민)의 경상도 사투리가 앙증맞다. 엄마 가슴은 미어진다. 주말마다 겪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이선옥은 “내가 아이랑 떨어져 뭐하는 짓인가” 하고 생각한다.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경주발 서울행 고속열차(KTX)에 몸을 싣는다. 경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남편 고철윤(32)씨는 “평소 엄마를 찾지 않고 아빠와 잘 지내는 딸이 대견하다”고 했다. 이선옥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 각각 두차례씩 출전한 베테랑이다. 2005년과 2009년 잠시 스틱을 놓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컴백했다. 대표팀 수비의 핵으로 ‘하키의 홍명보’로 불린다. 넓은 시야로 볼 배급을 적절히 해주고 후배들의 위치도 잡아준다. 임흥신 여자대표팀 감독은 한마디로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라고 했다. 스쿠프(공중으로 띄우기), 히트(때리기), 푸시(밀기) 등 스틱을 다루는 기술은 세계 최고다.
이선옥이 태릉에서 딸 강민과 남편을 만났다.
수비의 핵 ‘하키의 홍명보’ 불려
네살 딸과 헤어질땐 가슴 미어져 ■ 턱뼈 골절로 양치질만 20분
상대 선수의 스틱이 이선옥의 턱을 강타했다. 턱뼈가 부러졌고 치아 예닐곱개가 부러지거나 빠졌다. 이선옥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챔피언스트로피 출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와의 연습경기에서 온몸으로 상대 슛을 저지하다가 ‘대형사고’를 당했다.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일 텐데도 그는 “아픈 것보다 열심히 훈련해 놓고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게 더 억울했다”고 했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악바리’ 근성이다. 1년이 지났지만 그의 치아엔 아직도 교정기가 채워져 있다. “양치질만 20분을 하고 웃을 때도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이달 안에 교정기를 떼고 런던에 갈 수 있어 좋다”며 웃음지었다.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6개월 동안 재활을 하면서 “이대로 선수생활이 끝나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래서일까.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법하지만 그는 되레 의연하다. “중요한 시기에 몸을 사리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임 감독은 이런 이선옥이 대견하다. 그는 “지인을 통해 산삼을 구입했는데 가장 좋은 것을 주장(이선옥)에게 줬다”고 했다. ■ 하키에 중독된 여자
이선옥은 “하키에 중독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을 하다가 하키 명문 김해여중에 입학하자마자 “신기하고 멋있어 보여” 스틱을 잡았다. 20년 동안 하키를 하면서 “훈련이 너무 힘들어 도망도 많이 갔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해도 자꾸 하키 생각이 났고, 중독처럼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이제 남은 꿈은 올림픽 메달. 여자하키는 최근 상승세다. 세계랭킹은 8위지만 올해 초 아르헨티나 4개국 대회에서 세계 2위 아르헨티나, 4위 영국, 6위 뉴질랜드를 모조리 꺾고 우승했다. 또 이달 초 국내 전지훈련을 온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도 4전 전승을 거뒀다. 런던올림픽에선 일단 4강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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