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제이슨 리처드슨(25·이상 미국), 존 스미스(61), 금메달리스트 카멜리타 제터(32).
여 100m·남 110m 허들 가르친 선수 잇달아 우승
2~3년전 만나 명절 함께 지내는등 가족처럼 훈련
2~3년전 만나 명절 함께 지내는등 가족처럼 훈련
처음엔 몰랐다. 그만큼 치열했다. 카메라가 그를 비췄다. 그때서야 자신이 1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불가능할 것 같던 금메달이었다. 세계선수권 최고령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 카멜리타 제터(32·오른쪽 사진). 그가 인터뷰 뒤 믹스트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스승 존 스미스(61·가운데)가 있었다. 스미스를 껴안자 다시 눈물이 났다. 남자 허들 110m 결승에서 깜짝 우승한 제이슨 리처드슨(25·이상 미국·왼쪽)이 그들을 감쌌다. 셋은 뒤엉켜 또다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메달은 선수에겐 영광이요, 코치에겐 영예다. 스미스는 29일 밤 30분 사이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낸 두 제자의 모습을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2011 세계선수권은 스미스 코치의 화려한 귀환 무대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퀸시 와츠(400m)와 케빈 영(400m 허들), 두 명의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낸 미국 지도자다. 1997년 세계선수권에서 모리스 그린이 남자 100m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도너번 베일리(캐나다)를 제치고 우승하면서 주가를 높였다. 아토 볼든도 그의 제자였다. 2000년대 중반 스미스가 키운 몇몇 선수들이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며 명예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스미스와 제터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선발전 탈락 직후였다. 제터의 나이 29살. 트랙 나이로 치면 이미 은퇴를 고려할 때였다. 스미스의 체계적이고 냉철한 지도 아래 제터는 주법을 완전히 바꿨다. 제터는 “경기 직전 스미스는 지금껏 힘들게 훈련해온 시간들을 떠올리라고 했다”며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전사처럼 뛰었다”고 밝혔다.
리처드슨은 2009년 미국 대학선수권 허들 우승을 놓친 직후 스미스를 찾아갔다. 그는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스미스를 졸랐다. 스미스는 2년 만에 리처드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 그는 “스미스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고쳐나가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제터 또한 “가족처럼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때 함께한다”며 “매일 수많은 대화를 나누는 우리는 찰떡궁합”이라고 했다. 제터는 200m(1일 결승, 2일 준결승)에도 출전해 또다른 신화에 도전한다. 물론 옆에는 스미스가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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