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에 미련을 둘 수는 없다”
볼트 200m·400m계주 ‘명예회복’
최고 시즌 성적에 적수 없어 유력
볼트 200m·400m계주 ‘명예회복’
최고 시즌 성적에 적수 없어 유력
충격은 컸다. 거의 패닉 상태였다. 하지만 ‘번개’의 선택은 실의와 낙담이 아니라 훈련이었다.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충격의 부정출발로 실격당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 그는 부정출발 직후 한밤중에 대구스타디움 바로 옆 보조경기장으로 가 훈련에 몰두한 데 이어 29일 오후 4시께 선수촌 야외연습장에 나타나 1시간20분 동안 요한 블레이크(22) 등 동료들과 400m 계주 훈련을 했다.
볼트가 100m의 악몽을 떨쳐내고 200m와 400m 계주 금메달에 집념을 보이고 있다. 볼트는 9월2일 200m 예선과 준결승, 3일 200m 결승에 이어 폐막일인 4일에는 400m 계주에 출전한다.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3관왕을 목표로 삼았다. 비록 100m 부정출발로 ‘3관왕 2연패’가 좌절됐지만 남은 200m와 400m 계주는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 후유증으로 100m에서는 올 시즌 최고 기록이 9초88로 공동 7위에 머물렀지만 200m는 19초86의 시즌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400m 계주에서도 자메이카는 미국을 압도한다. 더욱이 미국은 에이스 타이슨 게이(29)마저 불참해 자메이카의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트가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부담감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중요한 단거리에서 정신적으로 흔들리면 당연히 경기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부정출발 후유증으로 200m 스타트에서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계주에선 바통 터치 변수도 있다.
전망은 밝다. 볼트가 충격을 빨리 털어내고 나머지 종목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00m에 견줘 200m와 400m 계주는 적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욕도 강해 보인다. 볼트는 29일 에이전트 리키 심스를 통해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둘 수는 없다”며 “200m 결승이 끝난 뒤 400m 계주도 뛰어야 한다. 컨디션을 회복해 200m에 전념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는 “내가 볼트라면 ‘다음 경기에서는 뭔가 보여주겠다’고 벼를 것”이라며 “오히려 ‘200m에서는 신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대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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