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격 규정 바뀌어
김국영 등 총 7명 탈락
김국영 등 총 7명 탈락
‘행운의 여신’이 늘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 곁에 머무는 것은 아니었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부정출발 덕(?)을 봤지만, 2년 뒤 대구에선 최악의 부정출발 사고를 치고 말았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강화된 실격 처리 규정의 그물에 ‘단거리의 황제’ 볼트가 덜컥 걸려들고 만 것.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해 1월 대회 규정집을 내고 부정출발을 한 선수는 곧바로 실격 처리하기로 했다. 이 규정이 적용되기 전에는 한 차례 부정출발은 용인하고 두번째로 부정출발한 선수만 실격 처리했다.
볼트는 베를린 대회 100m 준결승 때 상식 이하로 빠르게 스타트를 끊으며 부정출발 판정을 받았다. 당시 외신들은 “볼트가 일부러 먼저 뛰어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았다. 두번째 출발에서 다른 선수가 부정 판정을 받으면 그 선수는 바로 실격이 되기 때문에 스타트가 약한 볼트가 상대적으로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200m 결승에서도 볼트는 부정출발 도움을 받았다. 첫번째 출발에서 볼트의 반응속도는 0.357초. 가장 빨랐던 월리스 스피어먼(미국)의 0.145초보다 0.212초가 뒤졌다. 이 정도 차이면 ‘천하의 볼트’라고 해도 우승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다비드 알레르트(프랑스)가 부정출발해 다시 출발대에 섰고, 볼트는 가장 빠른 0.133초로 스타트를 끊었다. 결국 세계신기록(19초19)으로 우승했다.
장신(1m96)인 볼트는 1m80 안팎인 라이벌들에 비해 스타트가 늦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스타트는 볼트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당시 반응속도는 0.165초로 8명 중 7위였다. 1년 뒤 베를린에선 0.146초로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예선 0.153초, 준결승 0.164초로 다시 후퇴했다. 결국 스타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대재앙의 씨앗’이 된 셈이다.
볼트 외에도 2007년 오사카 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400m 우승자인 크리스틴 오후루구(27·영국) 등 이번 대회 이틀 동안 트랙경기에서 모두 7명이 부정출발로 실격 처리됐다.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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