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D-1
황색탄환 류샹 “스스로에게 집중할 것” 3년 부진 털고 재기 다짐
미녀새 이신바예바 베를린 노메달 굴욕올시즌 랭킹 2위 기록
황색탄환 류샹 “스스로에게 집중할 것” 3년 부진 털고 재기 다짐
미녀새 이신바예바 베를린 노메달 굴욕올시즌 랭킹 2위 기록
대구공항 입국대를 빠져나와 취재진 앞을 지나가는 ‘황색 탄환’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굳어있었다. “각오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입을 꾹 다문 채 꼿꼿이 정면만을 바라보며 지나갔다. 최근 중국 영자 일간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기권’ 이후 처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바라는 만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금메달 후보인 류샹(29·중국)이 25일 입성했다. 낮 1시께 입국장에 들어선 류샹은 환영 나온 30여명의 시민 서포터스의 “짜여우!(힘내라), 류샹” 목소리에 잠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 없이 서둘러 빠져나갔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110m 허들 제패, 2006년 세계기록 작성(12초88), 2007 오사카세계선수권 우승 등 허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정점을 달렸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은 끔찍했다. 베이징올림픽 땐 아킬레스건이 아파 기권했고,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팬들의 실망감을 안 류샹은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나 수술과 재활치료에 집중했다. 그리고 차츰 부활했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서 13초09를 찍고 우승했고, 올해 5월(13초08), 6월(13초00)을 거치며 기량을 되찾았다. 13초00은 시즌 랭킹 2위의 기록. 시즌 1위 데이비드 올리버(12초94·미국)와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시즌 최고 13초04·쿠바)와 3파전을 벌인다. 류샹은 <차이나데일리>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집중할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도 이날 저녁 대구에 들어왔다. 27차례나 세계기록을 새로 쓴 그도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쓴맛을 봤다. 3번 연속으로 바를 넘는 데 실패해 대회 3연패는 고사하고 메달조차 건지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초 예전 코치와 다시 호흡을 맞춘 뒤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7월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선 4m76을 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4m76은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시즌 랭킹 2위. ‘베를린 굴욕’에서 벗어나 대구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겠다는 의지가 매섭다. 최근 손목을 다쳤어도 단단히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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