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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틀린 속죄의 레이스 뛴다

등록 2011-08-24 20:31수정 2011-08-24 20:32

대구육상 D-2
올림픽 우승·세계신기록 경력
약물파동 탓 4년간 자격 정지
작년 복귀해 3연승 건재 과시
“그동안 배고파…메달 따겠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순간 상념에 젖은 듯 잠시 머리를 숙였다. 고개를 들어 한참 동안 허공을 응시하더니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팬 여러분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트랙에 다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복귀에 힘을 보태준 여러분들에게 고맙다”며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깊은 참회의 냄새가 풍겼다.

약물 파동으로 트랙을 떠난 뒤 돌아와 6년만에 서는 세계선수권 무대. 스스로 “속죄의 레이스”라고 규정한 것처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이하는 표정엔 빛과 그늘이 교차했다.

미국의 단거리 스타 저스틴 게이틀린(29)이 24일 선수촌 보조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는 소회를 밝혔다. 게이틀린은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믿고 기다려줬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그들과 함께 극복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는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잊혀졌으나 게이틀린은 한때 ‘바람보다 빠른 사나이’로 불렸다. 2004년 스무살을 갓 넘긴 나이에 아테네올림픽 100m 금메달, 200m 동메달, 400m 계주 은메달을 따내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2005 헬싱키세계선수권대회는 독무대였다. 100m와 200m를 석권한 뒤 “(앞으로) 바람보다 빨리 달리겠다”고 포효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200m 결선 맨 꽁무니에 있었다. 이듬해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슈퍼그랑프리대회 100m 결승. 게이틀린은 9초77을 찍어 세계 타이기록을 세워 자신의 큰소리가 ‘빈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환희는 2개월도 채 가지 못했다. 약물의 덫이 잘나가던 발목을 잡아챈 것. 그해 7월 도핑검사 결과 게이틀린은 남성호르몬제 ‘테스토스테론’ 복용사실이 들통나 4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세계 타이기록도 역사에서 지워졌고, 존재도 차츰 사그라졌다. 미식축구(NFL)에 진출해 반짝 화제를 모았으나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방황하던 그가 돌아갈 곳은 트랙뿐이었다. 시련기에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게이틀린은 징계가 풀린 2010년 복귀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뽐냈다. 올 6월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는 9초95로 2위에 올라 당당하게 대구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9초95는 올 시즌 랭킹 15위로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번개’ 볼트와 ‘복병’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게이틀린은 “나는 4년 동안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배가 고팠다. 이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열망은 이어졌다. 그는 “볼트는 스프린터로서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그가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심리적인 압박도 크게 받을 것”이라며 “볼트가 9초58까지 당겨놓은 세계기록을 계속해서 뒤쫓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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