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있어 행복한 17일간이었다.
‘뜨거운 가슴’을 모토로 열전을 벌인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1일(한국시각) 폐막한다. 5개 종목 46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은 금 6, 은 6, 동 2개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8일 현재 종합 5위(금메달 수 기준)로 1994 릴레함메르 대회(6위)를 넘어섰다.
밴쿠버올림픽은 한국 겨울스포츠의 일대 전환점이 됐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부터 2006년 토리노까지 금메달 17개 모두를 쇼트트랙에서 얻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여자 피겨 싱글의 김연아(20·고려대1),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의 모태범(21·한국체육대)과 이상화(21·한국체육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의 이승훈(22·한국체육대)이 금맥을 캐내면서 쇼트트랙 금메달 수(2개)를 넘어섰다. 전체 14개의 메달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5개, 피겨 1개, 쇼트트랙 8개로 편식증에서 벗어났다.
내용도 훌륭했다. 김연아는 세계기록으로 전세계 피겨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의 <에이피>(AP) 통신은 “피겨스케이팅계의 엄청난 변화가 올림픽을 강타했다. 경이적인 연기의 김연아가 이끄는 아시아와 북미가 변화의 중심”이라고 썼다. 이승훈과 이상화는 1만m와 500m 정상에 서 아시아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종목의 다변화 노력도 엿보인다. 강광배(37·강원도청)를 주장으로 하는 4인승 봅슬레이팀은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결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0·한국체육대),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스키의 서정화(20·남캘리포니아대)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활동도 겨울스포츠 강국 이미지로 적잖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인 한국선수단 단장은 “빙상 세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빙상 강국이 됐다”고 자평했다. 선수단은 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