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20·일본)
150점 기록에 경쟁자들 중압감
김연아는 경기 내내 여유가 넘쳤다. 경기 뒤 “솔직히 어느 때보다 부담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프리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최초로 150점을 넘는 경이적인 기록은 이런 여유에서 나왔다. 반면 김연아의 경쟁자들은 초조했다. 김연아 바로 다음 순서는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20·일본·사진). 그는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될 때 관중의 함성이 너무 커서 점수를 듣지 못했다. ‘김연아가 저런 환호를 받을 만한 연기를 펼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라이벌의 경이적인 실력 앞에 아사다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다. 자신의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두 차례나 성공시키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두 번의 점프에서 다운그레이드되는 등 실수를 저지르며 무너졌다. 합계 205.50점을 얻으며 자신의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웠지만 김연아와는 무려 23.06점 차이가 났다. 그는 경기 뒤 “연기를 앞두고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지만 나머지 연기에서 실수가 있어 슬펐다”면서도 “하지만 은메달을 딴 것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아니 로셰트(24·캐나다)도 중압감을 가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흘 전 어머니를 여읜 슬픔에다가 금메달을 바라보기엔 김연아와의 점수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은메달이라도 따기 위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지만 두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플립에 이은 착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쳐야 했다. 하지만 로셰트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 대신 키스를 손에 담아 하늘로 보내는 동작으로 지난 22일 숨진 어머니를 추모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세웠던 목표를 이뤄 자랑스럽다. 시상대에 오르게 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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