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페어 등 줄줄이 부진…54년만에 ‘노골드’ 가능성
피겨 강국 러시아가 울상이다.
러시아는 23일(한국시각)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아이스댄싱에서 옥사나 돔니나-막심 샤발린이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쳐 사상 첫 피겨 부문 ‘노 금메달’ 가능성이 커졌다. 아이스댄싱 금메달은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 은메달은 미국의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가 챙겼다.
러시아는 19일 ‘피겨황제’ 예브게니 플류셴코가 남자 싱글 은메달로 러시아의 이 종목 6연패 꿈을 날렸고, 이날까지 열린 페어와 아이스댄싱에서 동메달 하나를 추가했을 뿐이다. 페어의 경우 중국의 베테랑 선쉐-자오훙보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4위에 그쳐 올림픽 12연패 행진을 마감했다. 24일부터 열리는 여자 싱글에는 2명의 선수가 출전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메달권에서 멀다. 옛소련 시절인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이후 피겨에서만 22개의 금메달을 챙겼지만 54년 만에 처음으로 피겨에서 금메달을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
러시아의 부진은 선수 발굴 및 세대교체 실패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자 싱글에서는 플류센코가 은퇴 뒤 복귀했고 2014년 소치 대회까지 출전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자 싱글에서는 2006년 토리노 동메달리스트 이리나 슬루츠카야 은퇴 이후 새로운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좋은 지도자들이 대거 밖으로 빠져 나간 것도 원인이다. 김혜경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심판은 “미국이나 캐나다 대표팀에서 러시아 지도자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아이스댄싱이나 페어에 많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체는 일시적이라는 평가다. 초등학교부터 선수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시스템이 잘돼 있고 저변이 넓어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2014 소치올림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 발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혜경 심판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러시아가 재정비를 할 것”이라며 “기본 실력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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