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끼리 충돌’로 첫 금땐 자제
쇼트트랙 1000m 우승 맘껏 환호
쇼트트랙 1000m 우승 맘껏 환호
막내는 이제야 활짝 웃었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1500m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성시백(23·용인시청)과 이호석(24·고양시청)의 충돌 사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었다. 하지만 2관왕에 오른 이날 그는 “두번째 금메달은 꿈만 같고, 현실에서 딴 게 아닌 것 같다”며 “아~ 말도 안 돼”를 입에 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쇼트트랙대표팀 막내 이정수(21·단국대)는 21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3초747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해 한국에 4번째 금메달을 안기면서 한국 대표팀 첫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1992년 쇼트트랙이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6번의 대회에서 5차례나 남자 1000m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정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이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피겨스케이팅을 하던 누나는 운동을 접었지만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2006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며 유망주로 관심을 모은 그는 2008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인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형들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날 은메달을 딴 이호석(24·고양시청)이 지난해 10월 발목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잘 메우며 월드컵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위에 오른 그는 1000m와 1500m 월드컵 순위 1위로 올림픽을 맞았다.
이날 이정수는 경기 초반 캐나다의 아믈랭 형제와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28)가 선두를 다투는 동안 이호석과 뒤에 처져 있었다.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3바퀴를 남겨놓고 이호석이 아웃코스로 크게 치고 나가자 그 역시 속도를 냈다. 태극기를 든 관중들의 함성은 높아만 갔고, 이정수는 마지막 바퀴에서 이호석을 제치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그는 경기 뒤 “호석이 형이 쭉 치고 나가면서 다른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았다. 다른 선수들이 형을 잡으려고 함께 나가는 사이에 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2006 토리노에서 안현수(25·성남시청)가 이뤘던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27일 500m와 5000m 계주에서다. 이정수는 외국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에이피>(AP) 통신에서 제가 3관왕을 한다고 예상했다”며 웃었다.
밴쿠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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