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의 '숨은 진주' 이정수(21.단국대)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오르며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이정수는 12살에 첫 경기를 치르고 2008년에야 월드컵 무대를 밟은 '늦깎이 선수'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이렇게 큰일을 해내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이 지난해 2월과 7월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들의 체격과 체력을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이정수는 힘과 순발력이 좋고 신체 밸런스가 잘 맞은 덕에 월등한 경기력을 낼 수 있었다.
◇월등한 힘으로 앞서나간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측정 당시 키 171.2㎝에 몸무게 59.7㎏인 이정수는 체격적으로 뛰어나다 보기는 어렵다.
곽윤기(연세대, 163.5㎝)나 이호석(고양시청, 165.4㎝)보다는 크지만 성시백(용인시청, 178.1㎝)에 비하면 작은 체구다.
다리 둘레 길이도 허벅지(좌 52.6㎝, 우 52㎝)와 종아리(좌 34.9㎝, 우 34.8㎝) 모두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가장 가는 편이다. 이처럼 작은 체구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것은 우선 힘이 좋기 때문이다. 이정수는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시행한 정밀 체력 테스트 중 '윈게이트 테스트'에서 월등한 힘을 보여줬다. 윈게이트 테스트란 30초 동안 최대의 힘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하체의 힘을 측정하는 테스트다. 여기서 이정수는 몸무게 최고 파워 717.72로 성시백(822.08)과 이호석(736.16)에 이어 대표팀 3위에 올랐다. 하지만 1㎏당 최고 파워에서는 12.02로 이호석(11.85)을 앞질렀고 평균 파워는 10.09로 성시백(9.51)을 제쳤다. 체육과학연구원 최규정 박사는 "성시백처럼 덩치가 좋은 선수들은 기본적인 힘이 좋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1㎏당 내는 힘이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정수가 자신의 체격에 맞춰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먼저 뛰쳐나간다 이정수의 다른 강점은 바로 순발력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이 기초 체력을 측정한 결과 이정수의 반응 시간은 0.24초로 곽윤기(0.22초)에 이어 남자 선수 중 2번째로 빨랐다. 이정수는 또 한가지 순발력 측정 지표인 서전트 점프 능력에서는 63㎝로 곽윤기(60㎝)를 앞질렀다. 최규정 박사는 "보통 운동선수들은 서전트 점프 높이가 50~60㎝ 사이다. 그런데 이정수는 혼자서 60㎝를 넘는 기록을 냈다. 그만큼 순발력에서 돋보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정수는 레이스에서 먼저 치고 나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또 돌발 상황이 많은 쇼트트랙 경기에서 순간적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한 발 먼저 움직임으로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균형잡힌 신체로 부상 위험은 줄이고 효율은 높인다 마지막으로 이정수의 탁월한 부분은 균형잡힌 신체다. 이정수의 허벅지와 종아리는 좌우의 둘레 차이가 각각 0.6㎝, 0.1㎝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1㎝ 이상 차이가 나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균형잡힌 신체를 갖춘 셈이다. 최규정 박사는 "허벅지와 종아리 둘레는 곧 근육의 크기와 양으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좌우가 고루 발달하면 힘을 내는 곳이 특정 지점으로 몰리지 않아 그만큼 효율적으로 힘을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만큼 한 곳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부상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최 박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장점은 '굴신 근력 테스트'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다리를 펴며 밀어낼 때의 근력과 접으며 잡아당길 때 근력의 차이를 재는 이 테스트에서 이정수는 71.35를 기록했다. 접는 힘이 펴는 힘의 71.35%라는 의미다. 성시백이 58.57, 이호석이 59.3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균형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최 박사는 "그만큼 근력이 고루 잘 발달해 있다는 의미다. 힘을 발휘하는 효율성이 좋고 부상 위험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나는 훈련으로 약점 극복 이와 같은 장점에 더해 이정수는 피나는 훈련을 통해 약점을 극복해냈다. 측정 당시 체격과 함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체력이었다. 윈게이트 테스트 당시 이정수는 피로지수가 33.49%로 전체 남자 선수 중 가장 낮았다. 최 박사는 "파워는 잘 내지만 그만큼 빨리 피로해진다는 증거"라며 "때문에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거리에 적합한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정수는 이번 대회에서 중거리인 1,000m와 1,500m에서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만큼 피나는 훈련으로 약점을 극복했다는 증거다. 최 박사는 "항상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 가을과 겨울 대표 선수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서울=연합뉴스)
다리 둘레 길이도 허벅지(좌 52.6㎝, 우 52㎝)와 종아리(좌 34.9㎝, 우 34.8㎝) 모두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가장 가는 편이다. 이처럼 작은 체구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것은 우선 힘이 좋기 때문이다. 이정수는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시행한 정밀 체력 테스트 중 '윈게이트 테스트'에서 월등한 힘을 보여줬다. 윈게이트 테스트란 30초 동안 최대의 힘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하체의 힘을 측정하는 테스트다. 여기서 이정수는 몸무게 최고 파워 717.72로 성시백(822.08)과 이호석(736.16)에 이어 대표팀 3위에 올랐다. 하지만 1㎏당 최고 파워에서는 12.02로 이호석(11.85)을 앞질렀고 평균 파워는 10.09로 성시백(9.51)을 제쳤다. 체육과학연구원 최규정 박사는 "성시백처럼 덩치가 좋은 선수들은 기본적인 힘이 좋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1㎏당 내는 힘이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정수가 자신의 체격에 맞춰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먼저 뛰쳐나간다 이정수의 다른 강점은 바로 순발력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이 기초 체력을 측정한 결과 이정수의 반응 시간은 0.24초로 곽윤기(0.22초)에 이어 남자 선수 중 2번째로 빨랐다. 이정수는 또 한가지 순발력 측정 지표인 서전트 점프 능력에서는 63㎝로 곽윤기(60㎝)를 앞질렀다. 최규정 박사는 "보통 운동선수들은 서전트 점프 높이가 50~60㎝ 사이다. 그런데 이정수는 혼자서 60㎝를 넘는 기록을 냈다. 그만큼 순발력에서 돋보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정수는 레이스에서 먼저 치고 나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또 돌발 상황이 많은 쇼트트랙 경기에서 순간적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한 발 먼저 움직임으로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균형잡힌 신체로 부상 위험은 줄이고 효율은 높인다 마지막으로 이정수의 탁월한 부분은 균형잡힌 신체다. 이정수의 허벅지와 종아리는 좌우의 둘레 차이가 각각 0.6㎝, 0.1㎝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1㎝ 이상 차이가 나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균형잡힌 신체를 갖춘 셈이다. 최규정 박사는 "허벅지와 종아리 둘레는 곧 근육의 크기와 양으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좌우가 고루 발달하면 힘을 내는 곳이 특정 지점으로 몰리지 않아 그만큼 효율적으로 힘을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만큼 한 곳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부상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최 박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장점은 '굴신 근력 테스트'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다리를 펴며 밀어낼 때의 근력과 접으며 잡아당길 때 근력의 차이를 재는 이 테스트에서 이정수는 71.35를 기록했다. 접는 힘이 펴는 힘의 71.35%라는 의미다. 성시백이 58.57, 이호석이 59.3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균형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최 박사는 "그만큼 근력이 고루 잘 발달해 있다는 의미다. 힘을 발휘하는 효율성이 좋고 부상 위험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나는 훈련으로 약점 극복 이와 같은 장점에 더해 이정수는 피나는 훈련을 통해 약점을 극복해냈다. 측정 당시 체격과 함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체력이었다. 윈게이트 테스트 당시 이정수는 피로지수가 33.49%로 전체 남자 선수 중 가장 낮았다. 최 박사는 "파워는 잘 내지만 그만큼 빨리 피로해진다는 증거"라며 "때문에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거리에 적합한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정수는 이번 대회에서 중거리인 1,000m와 1,500m에서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만큼 피나는 훈련으로 약점을 극복했다는 증거다. 최 박사는 "항상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 가을과 겨울 대표 선수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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