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시키면 안돼” 선수들 혼내고 달래고
강한 체력훈련 성과…“아직 긴장 풀 수 없어”
강한 체력훈련 성과…“아직 긴장 풀 수 없어”
“스피드스케이팅만 못할까봐 엄청 고민했습니다. 토리노 겨울올림픽 때보다 잘하자 마음먹었는데 오버해서 기분이 좋고 멍합니다.”
이상화의 여자 500m 금메달이 확정된 뒤 김관규(43) 대표팀 감독은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기쁨을 나타냈다. 21살 동갑내기 메달리스트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의 뒤에는 김 감독이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선수 출신으로, 선수 시절 체력이 좋아 ‘선수촌 3대 말’이란 소리를 들으며 태릉 뒷산을 뛰어다녔던 그는 2004년 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후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스케이팅 선수는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자세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지난해 여름 선수들의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훈련을 시켰다. “선수들이 힘들다고 소리 지를 때 나는 기뻤다”며 웃는 그의 지도 아래 대표팀은 외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으며 결승선까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
물론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시킨다고 선수들이 마음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그는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웃으면서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32살 맏형 이규혁부터 17살 박도영까지 경험도 다르고 개성도 강한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선수들 모두 개성이 다르다. 혼낼 때는 혼내고 달래줄 때는 달래줘야 한다”며 “선수들을 따로 불러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너희도 어느 종목이든 가능성이 있으니 해봐라”라며 동기를 부여하고, “큰 대회에서 작은 말로도 서로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말조심해라”고 당부했다는 모습에선 섬세함도 느껴진다.
500m 부진으로 힘이 빠져 있는 이규혁을 걱정하고, 젊은 선수들의 마음이 느슨해질까 고민이 앞서는 그는 아직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딸 수 있을 때 메달을 많이 따야 한다. 이런 기회가 또 없다”는 김 감독은 “이번 활약으로 스피드스케이팅도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딸 김민지(10·신현초4)도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 1000m에선 3위에 올랐다. 이상화에게 “민지 조심해라. 라이벌이다”라는 농담을 던진다는 김 감독은 1000m와 팀추월 경기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밴쿠버/이승준 기자
밴쿠버/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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