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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빚내서 해외훈련 보내 “대범하고 털털한 성격이 장점”

등록 2010-02-17 20:24수정 2010-02-17 21:42

16일에 검은 동그라미와 함께 ‘인생역전!’이란 글귀가 적혀 있는 이상화 선수 집의 달력. 그는 밴쿠버로 떠나기 직전 이 글귀를 적어놓았다.  연합뉴스
16일에 검은 동그라미와 함께 ‘인생역전!’이란 글귀가 적혀 있는 이상화 선수 집의 달력. 그는 밴쿠버로 떠나기 직전 이 글귀를 적어놓았다. 연합뉴스
이상화는 누구?
대범, 털털, 솔직, 여림.

이상화(21·한체대3)의 앳된 얼굴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너무 긴장해서 경기 전날 잠을 못 자고, 메달이 확정된 뒤 금세 눈물을 보이는 이상화가 있다면, 월드컵 랭킹 1위 제니 볼프(31·독일)와 맞붙어 주눅 들지 않고, “피겨와 쇼트트랙에 가려 그동안 서러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상화도 있다.

이상화는 은석초등학교 1학년 때 빙상부의 멋진 모습에 빠져 “나도 하고 싶다”며 스케이트와 만났다. 4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갈아탄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국내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가능성을 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가 신었던 스케이트는 각종 트로피 등과 함께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의 연립주택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성장과 함께 트로피, 스케이트, 운동화도 차곡차곡 늘어났다.

15살이던 2004년 태극마크를 단 이상화는 2005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단거리 전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유선희(43)가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메달을 실현할 재목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은 이상화의 뒤를 묵묵히 받쳐줬다.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로 뽑혔던 중학교 3학년 전까지 3년 동안의 국외 훈련비용을 은행 대출금으로 보냈다. 오빠 이상준(24)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스케이트 선수 생활을 그만뒀지만, 가족은 딸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 경력 2년 만인 2006년 일을 낼 뻔했다. 토리노올림픽 500m에서 0.17초 차이로 5위에 머문 것이다. 경기 뒤 “2명이 남은 걸 모르고 동메달을 딴 것으로 착각했다”며 펑펑 울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다음해 대학에 입학해 기록이 떨어지며 월드컵대회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까지 갔지만 금세 털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어느새 남자 선수들과 같이 훈련할 정도로 이상화는 단단해졌고,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월드컵 5차 대회 500m에서 2개의 동메달을 거머쥐고, 올림픽을 앞두고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볼프를 처음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자신의 집 달력 2월16일 밑에 ‘인생역전!’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정말로 일을 냈다. 가족들의 응원과 절친한 모태범(21)의 격려는 이상화의 부담감과 긴장을 덜어준 활력소였다. 아버지 이우근(53)씨는 출국하는 딸에게 “너는 잃을 게 없으니까, 추격자니까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기고 와라”라는 말을 건넸다. 모태범도 “평소 하던 대로 해라”라고 긴장을 풀어줬다.

이상화에 대해 김관규 감독과 제갈성렬 <에스비에스>(SBS) 해설위원은 “대범하고 털털한 성격이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뒤 눈물을 닦은 이상화는 “떨려서 잠을 못 이뤘지만 막상 경기장에 나오니 안정이 되더라. 그냥 월드컵하고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상화의 귀에는 슈퍼맨을 상징하는 에스(S)자 모양의 귀걸이가 반짝였다. “슈퍼팬처럼 날듯이 잘 타고 싶어 귀걸이를 바꿨다”고 했다. 밴쿠버/이승준, 김민경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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