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가 5년 전인 2005년 3월 태릉에서 김연아와 포즈를 취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당시 서울 휘경여고 재학중이던 이상화는 세계종목별선수권 동메달을 따 각광을 받았으며, 도장중학교에 다니던 김연아는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해 주목을 받는 등 둘은 한국 빙상 꿈나무였다. 연합뉴스
20대 메달리스트 `솔직발랄함’ 화제
이승준 기자의 여기는 밴쿠버 / 메달을 확정한 뒤 21살 스피드스케이팅 동갑내기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의 표정은 다양했다. 밝은 미소의 이승훈, 춤을 춘 모태범, 펑펑 운 이상화 셋은 2007년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이다. 특히 모태범과 이상화는 같은 초등학교(은석초) 동창으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다닌 ‘소꿉친구’다. 17일(이하 한국시각)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체대 3인방’은 모두 활짝 웃었다. 실력과 자질을 갖춘 셋은 모두 부담을 던 채 경기를 즐겼고, 좋은 성과를 냈다. 주변의 상황이 맞아들어갔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들의 개성도 한몫했다. 최대 5~6위로 예상됐던 이승훈은 보란듯이 은메달을 따고 “쇼트트랙은 옛사랑, 스피드는 첫사랑”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왼쪽 귀에 스케이트 날 모양의 피어싱을 반짝거리며 “미디어데이 때 안 오셨죠. 섭섭해요”라고 취재진에게 일갈한 모태범도 이규혁, 이강석에게 집중된 관심 뒤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였다. 김 감독은 “앞의 두 사람이 메달을 못 땄으면 이상화도 엄청 부담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했다. 톡톡 튀는 개성만큼 셋은 지독한 ‘훈련 벌레’이기도 하다. 이승훈은 무관심 속에서 혼자 쇼트트랙 훈련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했고, 이상화는 스쿼트(앉은 채로 역기를 들고 일어나는 운동)를 할 때 170㎏을 든다. 모태범은 “자동차나 오토바이같이 무섭고 스릴 있는 것을 즐긴다”면서도 회식 자리에서는 몸관리를 위해 따로 챙겨 온 닭가슴살을 먹는다. 김관규 감독은 “독하게 훈련했다. 내 지시대로 잘 따라줬다”며 흐뭇해했다. 이들 모두 주변의 시선이나 ‘국가대표’로서의 무거운 사명감에서 벗어나 뚜렷한 목표와 꿈을 가지고 원하던 바를 이뤄냈다. 지금의 거침없고 당당한 모습으로 원하는 바를 계속 이뤄가는 세 선수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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