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이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 빙상장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500m서 ‘금빛 질주’
세계정상 이규혁·이강석 넘어 돌풍
세계정상 이규혁·이강석 넘어 돌풍
“쇼트트랙이 아닌 롱트랙에서 일궈낸 놀랄 만한 우승이다.”
빙상대표팀 막내 모태범(21·한국체육대3)이 16일(이하 한국시각)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따자 <에이피>(AP)는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세계 무대를 휩쓸어 왔다. 그러나 세계 빙상계는 한국을 빙속 강국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고, 때론 실력보다 운이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한국 빙속이 이제 세계 정상급으로 우뚝 올라서고 있다. 대회 첫날 이승훈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 쾌거를 이룬 데 이어 쇼트트랙 1500m에서 이정수가 우승하고, 이날 그토록 갈구하던 ‘스피드스케이팅의 꽃’ 남자 500m에서 마침내 금빛 질주를 해냈다.
이날 자신의 생일을 맞은 모태범은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 빙상장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틀째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2차 합계 69초82로 2위 나가시마 게이이치로(일본)를 0.1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왕년의 빙속 스타이자 현재 500m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 제러미 워더스푼(캐나다)조차 이날 2차 레이스에서 모태범을 쫓아가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 김정연 등 3명이 일장기를 달고 처음 출전했던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 이후 무려 74년 만에, 광복 이후로는 48년 스위스 장크트모리츠 대회 이후 62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국 빙속의 이번 쾌거는 △지난여름 강도 높은 체력훈련 △이규혁·이강석 투톱을 앞세운 내부 경쟁구도 △쇼트트랙에 치중됐던 빙상연맹의 지원 확대 등에 힘입었다. 김종덕 태릉선수촌 훈련본부장은 “역대 어느 빙상팀에 견줘도 이번 대표팀의 훈련량과 수준은 대단했다”며 “지난여름 빙상대표팀은 적게는 120㎞, 길게는 200㎞까지 사이클 훈련을 통해 하체강화 훈련을 소화해냈다”고 말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이규혁과 이강석의 선의의 경쟁 속에 모태범이 형들에게 지지 않아야겠다고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지난 6일 자신의 싸이월드 누리집에 “누군가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써놓았다. 국내 모든 언론이 이규혁과 이강석 등 쟁쟁한 선배들에게만 주목할 때 그는 남몰래 구슬땀을 흘리며 얼음을 지쳐댔다. 그러곤 꼭 열흘 뒤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는 18일 오전 9시 자신의 주종목이자 월드컵 랭킹 2위인 남자 1000m에서 두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밴쿠버/이승준, 권오상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