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겨울올림픽]
비·안개로 알파인스키 차질
스노보드 크로스 환불 사태
개막식 전엔 루지 선수 사망
비·안개로 알파인스키 차질
스노보드 크로스 환불 사태
개막식 전엔 루지 선수 사망
15일(한국시각) 캐나다 휘슬러 지역에는 굵은 비가 내렸다. 여느 때 같으면 눈으로 바뀌었을 터이지만, 섭씨 4~5도 안팎의 온도 때문에 비가 눈으로 바뀌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산등성이에는 안개까지 꼈다. 스키 활강 종점은 짙은 안개로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초반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했다.
휘슬러의 궂은 날씨는 알파인스키 경기 진행에 차질을 주고 있다. 각각 14일과 15일 열릴 예정이던 남자 활강, 여자 슈퍼복합 경기가 16일, 19일로 연기됐다. 남자 선수들은 부분적으로 훈련을 했지만, 여자 선수들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공식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회 규칙상 경기가 열리기 전 최소 한 차례 이상 공식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밴쿠버 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현재 새로운 일정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휘슬러 날씨가 올림픽을 방해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이런 상황을 빗대 “휘슬러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각국 운동선수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선수’는 일기예보관과 눈 전문가, 그리고 스키코스를 정리하는 일꾼과 자원봉사자들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변덕스런 날씨는 경기 진행과 함께 대회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직위는 16일, 17일 사이프러스산에서 열릴 예정인 남녀 스노보드 크로스 경기의 일반 입장권(각 50달러) 환불을 시작했다. 48시간 동안 내린 비 때문에 서서 보는 관중석의 눈이 다 녹아내려 관중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당 4000여장의 표가 팔린 터라 대회 수입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조직위는 이미 개막식(13일) 직전에 그루지야 루지 남자 대표인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21)가 훈련 도중 사망해 곤욕을 치렀다. 쿠마리타시빌리는 커브를 돌다가 썰매에서 떨어진 뒤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쇠기둥에 부딪히면서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겨울올림픽에서 선수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4번째이고 루지 선수로만으로는 1964년 인스부르크 겨올올림픽 때 사망한 영국의 카지미르즈 카이-스크지페키 이후 2번째이다. 여름올림픽까지 합하면 이번이 7번째이다. 대회 잔칫날이라 할 수 있는 개막식날 발생한 사망사고와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이다.
밴쿠버/이승준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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