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겨울올림픽]
휘슬러썰매장 최고시속 154㎞…루지연맹서 코스변경 의견
휘슬러썰매장 최고시속 154㎞…루지연맹서 코스변경 의견
그루지야의 젊은 루지 선수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21)가 연습 도중 트랙을 이탈해 철제 빔에 부딪힌 뒤 숨진 휘슬러슬라이딩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썰매장이다. 지난해 2월 월드컵에서 펠릭스 로흐(독일)가 기록한 시속 153.97㎞가 공식적인 최고 속도다.
사고 직후 국제루지연맹과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사고가 코스 때문에 직접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해놓고도 사고가 난 마지막 16번째 곡선구간의 벽을 높게 쌓고, 철제가 노출된 봉을 안전하게 감싸는 등 안전조처를 끝냈다. 특히 국제루지연맹의 요제프 펜트 회장은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우린 시속 137㎞의 속도를 바랐는데 20㎞나 너무 빨랐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자 “그 보도는 미래의 경기장에 관해 얘기한 것일 뿐”이라며 애써 변명에 나서기도 했다.
2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1억1000만달러(1조2683억원)의 거액을 들여 건설한 이 썰매장은 전세계 15곳밖에 없는 경기장 가운데 단연 최고의 속도를 자랑한다. 평균 경사도 11.6%에 표고차는 152m나 되며 16개의 곡선구간을 거치면서 최고의 속도에 이르게 된다. 쿠마리타슈빌리가 사망한 마지막 16번째 구간의 가속도는 중력의 5배가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곳이다.
이 경기장은 건설 직후 위험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루지 연맹 관계자들 사이에선 예상보다 빠른 속도가 나오자 2년 전부터 코스 변경 등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다르의 아버지이며 루지 선수 출신인 다비트 쿠마리타슈빌리는 사흘 전 아들이 “한 구간에서 위험과 공포를 느꼈다”는 말을 전화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노다르는 유럽을 돌며 연습과 대회에 참가한 유망주였다”며 “그가 경험이 없던 선수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 이번 코스에 문제점이 어느 정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사고가 나자 이 경기장을 설계한 독일의 우도 구르겔은 “우린 이미 6개의 올림픽 코스를 설계했으며, 그동안 아무도 트랙에서 이탈된 선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다르가 사망하기 하루 전 루마니아의 여성 루지 선수인 비올레타 스트러머투라루 역시 연습경기에서 충돌로 실신해 병원에 이송된 뒤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한편 15일(한국시각) 코스를 단축해 열린 루지 1인승 남자 첫날 경기에서는 이 경기장에서 최고 속도를 냈던 펠릭스 로흐(20)가 3분13초085를 기록해 팀 동료 다비트 묄러와 올림픽 3연패 도전에 나섰던 아르민 최겔러(이탈리아)를 2, 3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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