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14일(한국시각)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밴쿠버 겨울올림픽]
“가진건 지구력뿐” 쇼트트랙 탈락 뒤 종목 전환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24일 1만m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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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24일 1만m 도전
13위, 9위, 3위, 2위…. 14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 이승훈(22·한체대·사진)은 한 바퀴 한 바퀴 늘어갈수록 랩타임 기록과 순위를 단축해 나갔다. 지난해 7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한 뒤, 땀과 눈물로 보내왔던 6개월의 시간이 5000m, 12.5바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승훈이 6분16초95로 결승선을 통과해, 이날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스벤 크라머르(6분14초60·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 쾌거를 달성하자 기자회견장은 술렁거렸다. 외국 기자들은 ‘뜻밖의 메달’에 “이승훈이 원래 잘하던 선수냐, 국내 기록은 어떻게 되나” 등을 한국 취재진에게 묻기 시작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외국 기자들은 이승훈에게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꾼 계기가 무엇인가? 쇼트트랙이 도움이 됐나?” 등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이승훈의 메달은 뜻밖의 사건이었다. 은메달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15일, 밴쿠버에 차려진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난 이승훈은 “부모님에게 전화드리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셨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그가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순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전까지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던 이승훈도 “‘난 안되는 놈인가’ 하고 좌절에 빠져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승훈(22·한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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