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겨울올림픽]
연이은 행운 ‘미 최다 메달’
연이은 행운 ‘미 최다 메달’
성시백과 이호석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넘어지는 순간, 미국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의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었다. 4위로 들어오던 아폴로 안톤 오노(27)가 은메달의 주인공이 되면서 통산 6개의 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겨울올림픽 메달 6개는 1988년부터 94년까지 3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 5개와 동 1개를 딴 보니 블레어(46)와 같은 기록이다.
오노가 이번에도 ‘남의 불행’ 틈에서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해 올림픽과는 묘한 ‘메달 인연’이 이어졌다. 오노는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두 바퀴를 남겨놓고 매우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며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때처럼 또다른 실격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오노의 올림픽 첫 금메달은 8년 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바로 이 종목에서 김동성을 실격시키는 몸짓을 한 뒤에 나왔다. 결국 오노의 올림픽 첫 금메달도, 미국 역대 최다 메달 타이기록도 모두 한국 선수들의 희생 속에서 나온 것이다.
오노는 이밖에도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이 늘 따라다녔다. 그의 올림픽 첫 메달은 바로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남자 500m에서였다. 당시에도 그는 안현수, 리자쥔과 함께 결승선을 앞두고 넘어진 뒤 가장 먼저 일어나 2위로 골인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때 꼴찌를 달리던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가 남반구 국가에선 최초의 겨울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 됐었다.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앞서 2001년 미국에서 열린 쇼트트랙 국내선발전에서도 오노는 경기 중 친분이 있는 동료 선수들의 쿼터 획득을 위한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분쟁에 휘말렸다. 이 때문에 한 선수가 문제를 제기해 미국올림픽위원회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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