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독점계약 뒤 KBS·MBC와 배분 협상 실패
오는 13일 막이 오르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지상파 3사 가운데 <에스비에스>(SBS)에서만 보게 될 전망이다. 특정 방송사가 올림픽을 단독중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월드컵 독점중계권 배분을 둘러싸고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과 갈등을 겪어온 에스비에스는 지난 8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단독중계를 공식화했다. 에스비에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13일부터 3월1일까지 열리는 겨울올림픽 모든 경기를 에스비에스 지상파 채널과 자회사 스포츠 채널 등을 통해 단독중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회용 정책팀장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에 방송권 배분과 공동중계를 요청했으나, 중계방송을 위한 사전회의에 불참하고 국제방송센터 시설 사용과 출입증 신청도 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단독중계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3사는 2006년 5월 단일 창구를 통해 올림픽 등의 중계권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에스비에스는 같은해 8월 자회사를 통해 올림픽 4개 대회와 월드컵 2개 대회 독점중계권을 따냈다.
에스비에스는 129명으로 꾸린 방송단을 현지에 파견했으며 올림픽 기간 200시간의 중계방송을 편성했다. 허인구 스포츠국장은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물론 소외받았던 스키점프, 봅슬레이 같은 비인기 종목 등 거의 모든 경기를 생방송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계열 케이블 채널(SBS골프·SBS스포츠)을 통해서도 330시간을 추가로 편성할 예정이다. 13일 개막식(한국시각 오전 11시)으로 시작되는 생중계는 17일 동안 새벽 3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편성된다. 밤 11시에는 주요 경기 장면이 녹화방송된다.
중계권이 없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밴쿠버에 취재인력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한국방송 쪽은 “모두 12명의 취재진 파견 계획을 세우고 에스비에스 쪽에 요청했는데,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에이디 카드 3장과 2분가량의 자료화면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취재팀 2개를 꾸릴 계획이었던 문화방송도 에스비에스로부터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2분으로는 뉴스 아이템 하나 이상 제작이 불가능하다. 뉴스 보도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에스비에스의 중계권 독점 갈등은 오는 6월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놓고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비에스 쪽은 일단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태도다. 이와 관련해 이도윤 문화방송 편성제작국 스포츠기획제작부장은 “에스비에스 쪽이 3사 합의를 깨고 웃돈을 준 독점계약 금액의 합리적인 분담분을 제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