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본진이 밴쿠버로 출국에 앞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임원 83명… 금 5개로 2회 연속 10위 이내 목표
‘피겨퀸’ 김연아·‘세계 최강’ 쇼트트랙 앞세워 ‘금사냥’
‘피겨퀸’ 김연아·‘세계 최강’ 쇼트트랙 앞세워 ‘금사냥’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선수단이 마침내 격전장으로 출발했다.
박성인 선수단장이 이끄는 한국 본단은 5일 오후 6시30분 인천공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대한체육회(KOC) 임직원이 대부분인 선수단 본단에는 프리스타일 스키에 출전하는 서정화(21.남가주대)와 김춘수 코치도 동행했다.
박성인 단장은 출국에 앞서 "선수들이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본단은 밴쿠버에 도착 즉시 올림픽 선수촌에 여장을 푼 뒤 본격적인 지원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 선수단은 10일 선수촌 앞 국기광장에서 공식 입장식을 가진 뒤 13일 오전 11시 밴쿠버 시내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스키와 빙상, 바이애슬론, 봅슬레이-스켈레톤, 루지 등 5개 종목에 역대 최다인 선수와 임원 83명을 파견해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 2회 연속 종합 10위 이내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김연아, 진정한 `피겨퀸' 될까
한국 스포츠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잔뜩 고무된 것은 쇼트트랙 이외 다른 종목에도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는 것이다.
특히 빙판의 불모지에서 화려하게 피어난 `피겨 퀸' 김연아(20.고려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체육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그랑프리 파이널을 포함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명실공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숱한 이변이 속출하는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100% 확신할 수 없다.
온 국민의 성원을 받고 있는 김연아 입장에서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또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는 물론 홈링크의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기량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받고 있는 김연아가 평상심을 유지해 제 컨디션만 발휘한다면 진정한 `피겨 여제'에 등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피드, 첫 금메달에 도전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윤만(대한체육회 직원)이 남자 1,000m에서 기적처럼 은메달을 획득해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이후 메달레이스에서 사라졌던 스피드스케이팅은 14년이 지난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이강석(의정부시청)이 역시 1,0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맥을 이었다.
그동안 스피드스케이팅은 줄곧 메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막상 올림픽에서는 2%가 부족했다.
특히 한국 빙상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 5번째 출전하는 이규혁(서울시청)이 더욱 그랬다.
18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이규혁은 매번 올림픽에서 메달 후보였지만 결정적인 실수와 불운에 울며 아직도 노메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르다.
이규혁은 이번 월드컵시리즈에서 3차례나 우승했고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도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서른살이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AP 통신이 발표한 예상 금메달에서도 남자 500m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이강석도 지난해 충수염 수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남자 500m는 집안 싸움이 될 수 도 있다.
여자빙속 간판 이상화(한국체대)도 유력한 메달 후보다.
월드컵시리즈에서 여러차례 시상대에 올랐던 이상화는 최근 세계스프린트대회에서 여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해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쇼트트랙, 이번에도 `효자 종목'
한국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7개, 은메달 8개, 동메달 6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땄다.
이 중 쇼트트랙을 제외하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1개씩을 딴 게 전부다.
그만큼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한국이 역대 최고인 종합 7위에 올랐던 토리노 대회에서 쇼트트랙은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남녀 간판스타인 안현수와 진선유가 각각 3관왕에 오르며 한국선수단의 선봉장이 됐다.
하지만 둘 모두 이번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에이스가 빠지다 보니 쉽사리 금메달을 장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나마 남자부는 이호석(고양시청)과 성시백(용인시청), 이정수(단국대)가 고른 기량을 유지해 미국의 간판인 아폴로 안톤 오노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P통신은 한국 쇼트트랙이 남자부 1,000m와 1,500m, 5,000m에서 우승후보로 꼽았다.
반면 여자부에서는 `노골드'를 우려하고 있다.
여자부는 왕멍이 이끄는 중국이 워낙 강세를 보여 개인종목 금메달 전망이 쉽지 않은 상태다.
대표팀 역시 개인종목보다는 3,000m 계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원의 외로운 질주
밴쿠버에서 열리는 빙상이 메달 레이스로 관심을 모으는 사이 휘슬러와 사이프러스 설원에서는 스키와 썰매 선수들이 외로운 질주를 벌인다.
한국은 빙상 이외에도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봅슬레이-스켈레톤, 루지, 바이애슬론,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등에 선수를 파견한다.
하지만 이들이 메달을 꿈꾸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영화 `국가대표'로 감동을 안겼던 스키점프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서 강칠구가 출전권 획득에 실패해 단체전에 나갈 수 없게 됐다. 개인전에서 10위권 진입은 힘들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강광배(강원도청)가 이끄는 봅슬레이는 최초로 4인승 출전 티켓을 획득했지만 역시 메달을 바라 볼수는 없는 처지다.
스켈레톤의 조인호(강원도청), 루지의 이용(대한루지연맹) 역시 훈련 여건을 감안하면 출전 자체가 대단한 성과다.
알파인스키에서는 기대주 정동현(한국체대)이 사상 최초로 2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동계체전에서 다치는 바람에 실력 발휘가 쉽지 않게 됐다.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에서는 각각 신세대인 김호준(한국체대)과 서정화(남가주대)가 출전하지만 국내 저변을 생각하면 메달은 차기 올림픽에서나 꿈꿀 수 있다.
또한 국내 크로스컨트리에서는 독보적인 베테랑 이채원(하이원), 바이애슬론의 이인복과 문지희(이상 전남체육회) 도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중위권만 올라도 괜찮은 성과다.
빙상과 달리 스키와 썰매 종목은 이번 밴쿠버올림픽에서도 시상대가 먼 나라 이야기지만 외로움 속에 꿋꿋하게 설원을 달릴 것이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 (영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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