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대한 사회관심 변화
성적 중심, 투기·단체종목서
비인기종목, 감동으로 확대
다양성 존중하는 사회흐름 반영
“투기 종목은 힘들지 않나?”, “우리 아이도 김연아처럼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
과거 우리에게 ‘불가능’이라고 생각됐던 스포츠 영역에서 다양한 꽃이 피고 있다. 골프 박세리(33), 수영의 박태환(21)과 피겨 김연아(20)는 ‘국내 처음,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스키점프 대표팀과 봅슬레이 대표팀에게는 ‘도전’과 ‘감동’이란 이름표가 따라다닌다. 임춘애의 ‘라면 투혼’이라든지, 투기나 단체종목에서 강조됐던 ‘헝그리 정신’은 옛 이야기다. 개성이 발현되는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은 하나의 흐름이다.
김연아나 박태환 현상은 ‘타고난 재능’ 뿐 아니라 부모의 열성, 과학적 훈련, 지도자 영입 등 과감한 투자, 인프라스트럭처 기반 등이 만든 합작품이다. 경제력 향상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창섭 교수(충남대 체육교육학과)는 “과거에는 타고난 재능이 낮은 경제적 조건, 스포츠에 대한 낮은 인식, 지도자의 무관심 등의 이유로 발굴이 안됐다”며 “개인종목의 스타들은 타고난 재능 발굴과 적절한 종목 선택이 모두 잘됐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수영 박태환(21)과 피겨 김연아(20).
한 가구 1~2명의 자녀를 둔 부모들의 열성적인 노력과 스포츠에 대한 인식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아직도 ‘학교 운동부(운동선수 출신 부모)→재능 발견→연맹·협회 관리→국가대표→올림픽 금메달’ 이 스포츠 성공담의 일반적 과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릴 때 발굴된 ‘타고난 재능’으로 학교 운동부와 연맹과 협회의 관리를 넘어 일찍부터 세계무대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개인 코치의 지도나 해외 전지훈련 등의 경제적 부담도 무릅썼다. 원영신 교수(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는 “엄청난 액수를 낳을 수 있는 투자의 의미로 부모와 개인이 스포츠에 인생을 걸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릉과 목동 빙상장의 ‘피겨맘’들은 ‘제2의 김연아’를 꿈꾸며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성적과 상관없이 무관심 속에서 생소한 종목들을 개척한 스키점프, 봅슬레이 대표팀도 ‘특이한 존재’다. 어린시절 재미에서 시작해 올림픽까지 나가게 된 스노보드 김호준(20)과 모굴스키의 서정화(20)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한광령 교수(경희대 체육학과)는 “먹고살기 위한 스포츠에서 개인의 개성과 다양한 관심이 중시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며 “스포츠 환경이 달라지고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도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변화도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메달과 성적에 대한 관심만큼 ‘이야기’와 ‘감동’의 스포츠도 주목받는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아이돌 연예인을 뛰어 넘는 인기를 누리고, 봅슬레이 대표팀과 스키점프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은 금메달 못지않게 환영받는 모양새다. 원영신 교수는 “피겨스케이팅의 예를 들면 피겨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연기와 표현 등 평가의 영역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더 힘차게 더 빠르게’의 기록위주의 경기에서 스포츠도 감성과 창의력의 중요성이 커졌다. 사회에서도 원하는 콘텐츠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 키즈’들이 미국 엘피지에이(LPGA)를 휩쓸고, ‘제2의 김연아, 박태환’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창섭 교수는 “외국과 달리 국가적 관심과 응원을 집중하는 우리 스포츠 문화 특성상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앞으로도 발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